조선 여인의 향기 - 스물여섯 가지 향기를 간직한 사랑이야기
이수광 지음 / 미루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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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인의 사랑을 통해 조선을 보다
인간의 영원한 화두는 사랑이다. 역사 이래 사랑으로 인해 사람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하는 경우를 볼 때 분명 그 특별한 힘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 중에서 단연코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남녀 간의 사랑일 것이다. 수도 없는 문학작품 역시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대신할 위안거리로 삼기도 한다. 

남녀 간의 사랑 중에서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이뤄지지 못한 애절한 사랑이나 사랑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버리게 되는 사례가 아닐까? 그렇게 이루지 못한 사랑의 모습은 대부분 남자들에 의해 초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남성중심주의 사상이 의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여성들이 많았다는 역사적 경험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을 것이다. 

이 책 ‘조선 여인의 향기’는 바로 조선이라는 사대부, 남성위주의 가부장적 신분사회를 살았던 여인들의 사랑을 담고 있다. 조선에서 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조선 신분사회의 팔천으로 구분되어 사회적 멸시와 냉대를 받았던 천민의 삶 그것과 비교해도 많은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험난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회를 살아가는 중에도 인간이 가지는 본성일 이성에 대한 마음을 있었으며 사회적 한계로 인해 더 애절함을 담기도 했던 것이다. 

여인들의 사랑을 매난국죽(梅蘭菊竹)으로 표현하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매화의 은은한 향기를 간직한 여인, 난초의 그윽한 향기를 간직한 여인, 국화의 깨끗한 향기를 간직한 여인, 대나무의 푸르른 향기를 간직한 여인을 각종 문헌이나 설화 등을 조선의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이나 용재총화, 청파극담, 문소만록 등 기록한 다양한 책에서 가져와 출처를 밝히며 저자 이수광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들이다. 신분이나 나이 등을 초월한 모두 스물여섯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의 여인은 어떤 삶은 살았을까? 조선 여인의 삶을 관통했던 것은 조선을 유지했던 기본 사상인 유학이었다. 유학의 기본이념은 효와 예였다. 이는 조선이라는 사회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었기에 남성과 가부장적인 의식을 배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여인들의 삶에 그대로 관철되어 부모와 남편, 자녀에 자신을 희생하도록 강요하게 된다. 이러한 삶이 여인들의 생활을 구성하였기에 조선 여인들의 사랑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난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애절함이나 애틋함은 이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조선이라는 사회의 근간을 벗어난 사랑을 꿈꾼 사람도 있고, 남편을 향한 마음이 넘쳐나는 이야기, 천한 신분이지만 남성을 향한 마음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버렸던 사람, 기생으로 천하를 호령하며 이름을 떨쳤던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또한 이야기 중 등장하는 남성이지만 주인인 여인이지만 그 여인을 향한 마음이 임금을 감동시킨 남자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여인들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조선 여인들의 구구한 삶을 조명하고 싶어하고 있다. 사랑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간에 그 사랑의 모습 속에서 당시를 살았던 부인, 노비, 기생, 애인들의 삶을 얽어매었던 사회구조적 모순을 밝히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그 어떤 사랑도 당사자 외에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그 무엇이 있다. 이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땔 수 없는 인간 본성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환경이나 조건 등을 따지며 지고지순한 사랑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사랑의 근본에는 변함을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여인들의 사랑에서 역설적이지만 그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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