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왜? 1 - 그해 겨울의 까마귀
임종욱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그는 왜 그곳에 가서 죽었을까?
요절한 사람에 대한 시각은 제 각각이지만 때론 한가지로 모아지기도 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주목받으면서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다 다양한 이유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 특히 한창 자신의 세계를 꽃피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것 자체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먼저 간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녹녹치 않은 일일 수밖에 없다. 기껏해야 주변사람이나 그가 남긴 흔적을 쫓아 조각조각 이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역사에서 비교적 가까운 시절, 뭇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던 사람 중 이상(1910년 8월 20일 - 1937년 4월 17일) 만큼 흥미를 일으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상은 왜?’라는 작품은 바로 그런 점을 동기로 해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그는 시인으로 그가 발표한 작품뿐 아니라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 또한 주목받았던 사람이다.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고 한일합방해인 1910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건축을 전공하고 총독부의 건축기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폐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난해한 그의 시와 혼란스러운 사생활은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폐병치료차 일본에 간 그는 불온사상 혐의로 체포되어 병보석으로 풀려나 동경대학교 병원에서 병사했다. 그가 남긴 주요작품 중에서 시(詩)로는 ‘이상한 가역반응(可逆反應)’, ‘건축무한 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 ‘오감도(烏瞰圖)’, ‘날개’를 비롯하여 소설로는 ‘지주회시(鼅鼄會豕)’, ‘환시기(幻視記)’, 수필로는 ‘산촌여정(山村餘情)’, ‘조춘점묘(早春點描)’, ‘권태(倦怠)’ 등이 있다. 

이 작품은 이상이 일본에 건너가 병사하기까지 몇 개월간의 행적을 더듬고 있다. 무엇 때문에 병든 몸으로 일본으로 갔는지? 그곳에서 누굴 만나고 무엇을 했는지? 그것보다 더 왜 그렇게 죽어갔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이상의 일본행적을 그려가면서 현시점에서 이상의 흔적을 찾아 떠난 소설가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중의 시점을 가진 작품이다. 

1부에서는 일본으로 진출한 이상이 일본에 하숙을 구하고 일본 유학생과 교류하며 몇몇 문인들과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병마와 낫선 생활에 지쳐간다. 어느 날 하숙집 주인과의 술자리에서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당황스러워한다. 조선에서는 보지 못했던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보게 된다. 또한 현 시점에 한일합방 100주년을 맞아 현 일본의 지식인들 사이에 한일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와 이상의 흔적을 찾아가던 소설가 정문탁이 현지 안내인 주변에서 이상과 관련된 단서를 찾고 관심을 보이던 중 대학생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부분까지를 담고 있다.  

대부분 문학작품을 대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끼는 개인적 경험이 이 작품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중시점에서 오는 혼란스러움도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따라가기가 여의치 않다. 작품의 도입부분을 넘어서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흐름을 파악해 갈 수 있었고 점점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이 작품이 주는 매력은 ‘이상’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익숙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상에 대해 작가의 상상력은 현 시점으로 이상을 불러와 함께 호흡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또한, 한일관계에서 늘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정부의 정책과 일본 내 한국을 대하는 정서 등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보다 깊은 이해를 촉구하는 의미에서도 소설 그 이상을 넘어서는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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