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후애사전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청춘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나이 들어감이 흉이 되지 않는 사회가 가능할까?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 지극히 관념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남자의 자격에 등장하는 지극한 나이의 사람들이 얼굴에 홍조를 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다. 5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즐겁게 하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삶에서 그동안 빠져 있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 삶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에 무척이나 흥미롭다. 사회에서 보면 뒤쳐진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는 그들이 그렇게 흥분하며 좋아하고 웃는 모습은 낫선 풍경이지만 곧 나도 그런 사람들처럼 나이 들어가고 있기에 흘려보낼 일 만은 아니다.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사람들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으로부터 밀려나는 시기와 겹쳐 대두된 것이 아닌가 한다. 정신없이 일에 묻혀,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내면의 요구를 무시하고 살아왔던 지난 시간이 때론 허무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바로 그 시점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내면의 요구가 대두된 시기엔 이미 사회에서 밀려나고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기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것 역시 현실적인 문제이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될 정도로 우리사회는 이미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오십후애사전’이다. 

이 책의 저자 이나미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임상심리학자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우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스스로 경험한 일상에서 얻은 교훈을 중심으로 나이 50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생물학적 수명이 연정되며 나이에 대한 의미도 점점 확장되어온 현실을 반영하며 나이 오십에 인생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온갖 책무만 짊어진 채 앞만 보고 떠밀리듯 달려온 사람들이고 본다. 어느 세대보다 불안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정년, 신체적 노화, 경제적 문제, 부모와 자식 등 산적한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지 못하는 세대로 점점 커지는 심리적인 불안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안정, 육체의 노화, 사회적 소외, 부부문제, 성과 사랑 등 나이 들어가며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반론을 제시하는 저자의 글은 동서양의 고전에 나타나는 삶의 지혜와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당면 과제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나이 오십이 주는 의미는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엔 부족할지 모르지만 생각을 달리하여 자신을 직시한다면 앞으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출발시기로 그만한 조건도 없다는 것이다. 닥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며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젊은 나이에는 결코 보고 느끼지 못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넉넉함을 보고 느끼며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나이 오십도 마찬가지다.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나이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것은 곧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조건에서 욕심과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따라 살아간다면 청춘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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