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樂, 그림을 품다
이효분 지음 / 궁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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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 - 하늘, 땅, 인간의 조화를 담았다
악기마다 자신만의 특정한 음을 내는 것이 그 악기가 존재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자신만의 소리를 내지만 다른 소리와 어울려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꼭 각기 다른 개성을 지낸 사람들이 어울려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과 흡사한 모습이다. 우리들의 삶과 닮아 있어 음악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리라. 

대금 소리의 매력에 빠져 배우기 시작한지 벌써 4년째 들어섰다.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 시간을 채워가는 것이 버겁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 어려운 악기를 왜 배우며 고생하느냐고. 악기를 배우는 것이 쉬웠다면 벌써 그만뒀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 태, 황, 남, 임 음 하나하나를 낼 수 있는 시간동안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혼자만의 행복이 있었기에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 사이 무대에도 올라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이 우리 음악이며 우리 악기다.  

‘우리 악, 그림을 품다’는 그런 나의 고충을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이효분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전수교육조교다. "어떻게 하면 우리음악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우리 악(樂)을 설명하는 길로 미술과 음악의 만남을 주선하고자 한 것이다. 

어찌된 것인지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 것에 대해 홀대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이런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역시 우리 음악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단소를 배운다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단소 음을 어떻게 소리 내는지, 어떤 방법으로 배우는지 물어보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선생님이 인터넷에서 단소 악기의 소리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를 찾아 그것을 보여주고 독같이 해보라고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선생님은 단소의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것이 우리 음악을 대하는 정규 교과과정이라면 어쩜 우리 음악을 홀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이러한 현실은 초등학생에 머물지 않는다. 위로 올라가면 그러한 현상은 더 심할 것이다. 대금과 퉁소를 구분하지 못하고 가야금이 몇 줄인지도 모르니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떻게 생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현실은 반영하고 있다. 하여, 우리 음악, 악기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음악의 기본이 되는 사항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나아가 우리 음악과 악기에 바탕이 되는 여민락(與民樂),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나눈다는 정신이 어떻게 우리 음악에 나타나는지 알려준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 음악과 어우러지는 것으로 고흐의 해바라기, 페르 탕기의 초상과 김홍도를 비롯해 우리 조상들의 삶의 정신이 담긴 그림, 도자기, 석굴암 조각상, 보자기에 속에 담긴 음악적 요소를 이끌어 내어 우리 음악의 음률로 그 정서를 풀어내고 있다.  

겨우 궁, 상, 각, 치, 우만 외우고 있는 처지에서 우리 음악의 12음율, 장단 등에 대한 해설은 익숙하지 않아서 잘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가 많다. 하지만, 음양의 조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소리를 담고 있는 우리 악기, 우리 음악의 깊숙한 내면을 알아가는 흥미로움이 더 크다. 특히, 김홍도의 '무동'과 신윤복의 '미인도'를 우리 음악의 풍류와 엮고 가야금 소리에 김정희의 '세한도'를 얹어 설명하는 부분에 와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 것에 녹아 있는 우리 음악의 기본 정신이 살아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확인되는 것이 아닐까? 

세이이음(世異異音)하고 음이이정(音異異政)이라. 세상이 다르면 음이 달라지고, 음이 다르면 정치가 달라진다는 말이라고 한다. 세상이 달라졌기에 음이 달라진다는 것과 음이 다르면 정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들어 오늘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정치의 모습을 찾아보고 있다. 저자는 세종대왕이 여민락을 만들어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다는 시대와는 분명 달라진 세상이지만 그 속에 흐르는 기본 정신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이후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것과 우리를 이어주는 노력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각종 축제와 다양한 열린 음악회는 사람들의 정서를 아우르기에 부족함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문화를 만나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에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한 공간 속에 우리 음악이 자리하고 있어 우리 것에 대해 더 잘 알고 즐길 수 있어 반갑기만 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접하게 될 우리 음악은 분명 달라진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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