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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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삶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
문학 작품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문학과 친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오지 못한 경험이 문학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전동호회’라는 토론 모임에 참여하면서 문학 작품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된 계기로 인해 문학 작품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사람들이 살아오며 느끼고 만들어 왔던 그 모든 것들이 역사와 문학작품 속에 녹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게기가 바로 문학을 접하면서부터가 아닌가 한다. 세상 거의 모든 것이 그렇지만 문학에는 사람이 중심에 있다. 

사람에 대해서 작가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다르지만 중심 되는 문학의 주제는 단연코 사랑, 고통, 연민, 죽음, 열정 등이 아닐까 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며 만들어 내는 이야기며 삶이기 때문이다. ‘종이여자’,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으로 국내 팬들을 다소 확보하고 있는 기욤 뮈소 역시 바로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나는 사랑 이야기가 없는 작품을 상상할 수 없다. 사실 인간의 행동은 사랑 혹은 사랑의 결핍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따라서 사랑이라는 독특한 감정을 기술하는 것은 작가인 나에게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그의 작품 ‘사랑하기 때문에’는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아픔과 좌절의 경험이 사회적인 성공이나 부의 축적과는 무관하게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삶을 규정한다. 이러한 경험은 나이, 성별, 직업에 상관없이 개인의 삶 깊숙이 존재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에는 네 명의 사람들과 그들이 가슴 깊이 간직한 상처들에 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딸을 잃어버리고 절망하며 노숙자로 전락한 아버지 마크, 우연한 교통사고로 아이를 죽인 후 자신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고 가는 억만장자 상속녀 앨리슨, 엄마의 죽음에 대한 자책으로 오직 복수를 꿈꾸는 에비와 마크의 친구이자 의사이며 살인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커너. 이 네 명이 ‘사랑하기 때문에’의 핵심 인물들이다. 이들은 현재 또는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처지에 처한 사람들이다. 네 사람의 중심에 성장과정에서 아픈 경험을 극복하고 주목받는 성공한 의사인 커너가 있다. 커너를 중심으로 얽힌 이들 사이의 삶을 파헤쳐가는 흐름이다.  

이 작품은 상처를 안고 현실의 벽과 부딪치며 살아가지만 결국엔 이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해자와 피해자, 상처를 입힌 자와 상처받은 자들은 서로 화해와 용서를 통해 삶을 어둠 속으로 이끄는 상처를 극복해간다. 이렇게 삶의 반전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은 ‘사랑’이고 할 수 있다. 딸, 엄마, 친구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설정이다. 이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감정의 굴곡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 것인지가 핵심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 전개의 치밀함,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술 같은 구성,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기욤 뮈소의 문학작품이 가지는 장점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작품마다 등장하는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자의 존재 또한 흥미로운 장치다. 이 작품 ‘사랑하기 때문에’ 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존재다. 하지만 그 존재는 인간의 자율의지를 무시하고 정해진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인간의 자율의지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 흐름에 빈곳이 보인다. 제법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 같았던 FBI 요원의 존재가 후반부에가면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그러한 점이 허전함으로 남아 전반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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