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승한 지음, 하지권 사진 / 불광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먼저 간 발자국 따라 걸어보자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삶의 여유가 생겨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산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산을 찾는 사람들이 산에서 얻어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연과 교감하는 동안 얻게 되는 마음의 평화가 아닐까 싶다. 일상에 묻혀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잃어버렸던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기에 자연과의 교감은 더없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찾아가는 산에는 열에 아홉은 사찰이 있다. 인구에 회자되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사찰 한 곳은 꼭 있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 역사 속에서 불교가 차지했던 역할에 근거한 것 때문이다. 하여 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와는 무관하게 사찰을 찾게 되고 사찰이 주는 사찰만의 고유한 분위기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아지곤 한다. 우리의 역사와 맥을 같이해와 어느덧 정서적 공감을 이룬 결과이리라 생각된다. 

일반인이 사찰을 찾아가서 그 사찰의 공간에서 머무는 동안 느꼈던 마음을 담은 책은 이미 많이 발간되어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역시 그렇게 사찰을 찾는 마음을 담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산사기행 책과 다른 점은 저자가 스님이라는 점이다. 스님은 불교라는 종교에 귀의하여 자신을 둘러싼 온갖 번뇌와 망상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는 깨달음의 길에 나선 사람들이다. 그런 스님들이 거처하는 곳이 산사이기에 스님이 산사기행에 관한 책을 발간한다는 점은 다소 의외의 흥미로움이 있다.

이 산사기행을 시도한 승한 스님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으로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으며 신춘문예에 시와 동시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젊은 날 남다른 번뇌에 쌓여 고통 받던 스님은 불교에 귀의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에 들어선 구도자이다. 현재는 경기도 가평 대원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지도하고 있다. 산사기행을 발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승한 스님은 2년여 동안 전국 산사를 찾아다니며 구도자의 길에선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 찾아가는 산사 어느 곳 하나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은 그 산사가 간직한 역사를 자신의 수행과정과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님이 산사를 찾아가며 주목하는 것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근원적 고통으로 아파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산사를 찾아가고 찾아간 산사에서 머무는 동안 그곳에서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그것이다. 

서울 도봉산 선인봉 석굴암을 시작으로 해남 달마산 도솔암, 경주 남산 칠불암, 제주 한라산 관음사, 구미 태조산 도리사, 순천 조계산 송광사 등 24곳의 사찰을 찾아 다녔다. 산사가 전해주는 풍광을 보고, 그 절이 간직한 옛 스님들의 행적을 더듬으며, 우리내 사람들과 함께해온 역사를 찾아내서 각기 산사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산사의 멋과 정취를 한껏 드러내는 사진의 매력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겐 보너스처럼 반가움을 전해 준기에 충분하다. 특히, 승한 스님이 겪어온 번뇌 망상과 직접적으로 관련 지어 스스로를 들어내는 부분에선 많은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고 기다리는 것은 빵이 아니라 평화였음을. 속도가 아니라 휴식이었음을. 채움이 아니라 비움과 나눔이었음을. 그리고 내 마음의 외딴 하늘에서 외따롭게 반짝이고 있는 내 마음의 별을 내 안으로 데려오는 것이었음을.”

스님이 찾아가는 산사와 일반인이 찾는 산사는 다르지 않다. 모두 자신을 괴롭히는 번뇌 망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자유를 얻고자 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자연의 품속에 안겨 있으며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것이 지금 산사의 모습이기에 산사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산사는 곧 자연과 공감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적합한 장소가 된다. 산사기행을 떠나는 승한 스님의 마음 따라 가까운 산사를 찾아 나를 괴롭히는 번뇌 망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