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여자 - 오직 한 사람을 바라보며 평생을 보낸 그녀들의 내밀한 역사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왕의 여자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텔레비전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여인들이며 그 여인들의 삶에서 겪게 되는 우여곡절이 중심 주제가 된다. 표현되는 방법이 주인공이 살았던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 속에는 남자와 권력에 보다 접근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남녀가 다르지 않겠지만 유독 여인의 삶과 연결된 소재를 찾고 그것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구성하는 이유가 뭘까?

수천 년 인류의 역사는 남자들에 의해 승리한 권력에 대한 기록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매번 중요한 사건에는 늘 빠지지 않은 여인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여인들의 희노애락이 빠진 사건은 존재하지 않을 만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하여, 때론 여인의 힘으로 권력의 정점에 올라 천하를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 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사건을 중심적으로 다룬 것이 바로 역사 드라마였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지금도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왕의 여자’는 바로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왕의 여자들에 관한 책이다. 저자가 왕들의 여자들에 대해 주목하는 시대는 조선 500년이다.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왕은 27명이었다. 왕들의 재위 기간은 각기 달랐지만 대부분의 왕들은 황후와 후궁 그리고 궁녀들과 함께 궁궐 생활의 대부분을 살아왔다. 27명의 왕에게는 36인의 황후, 101명의 후궁을 비롯하여 숫자도 알 수 없는 많은 궁녀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왕이 살아가는 궁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숨어 존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궁궐의 울타리 속에서 궁녀로 살았던 여인들을 살핀다. 왕에게 소속된 여인들이었기에 그들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을 왕에 접근하는 순서로 살피고 있다. 궁녀, 후궁, 황후가 그 순이다. 이는 궁녀에서 후궁을 거쳐 황후에 오른 여인들이 있었기에 이 순서로 살피는 것이 왕의 여자들의 삶을 보다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한다. 왕과 함께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떠났다. 그러기에 그들의 삶을 증언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비롯하여 그들의 삶을 기록한 문헌사료와 문학작품 등 다양한 문서를 찾아보고 이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왕의 여자들에 대해 저자는 이들이 궁궐에 존재할 수 있었던 역사적 기원, 자격, 선발 과정, 인원, 직무, 품계, 사랑, 출산 등을 다양한 문헌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표와 통계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자료에만 국한되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드라마의 장면들까지 동원한다. 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사료를 통해 비교 분석하여 그들의 실제 모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있다. 

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암투를 벌리며, 자신이 낳은 왕의 아들을 권력의 정점에 등극시키기 위해 벌리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궁궐 안의 여자들에 대해 이토록 다양한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이해를 돕는 일련의 작업은 왕과 남자들에 의해 만들어져 온 것처럼 이해하는 역사의 한 측면을 복원하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 온전히 평가 받을 때 우리 역사는 그 만큼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은 저자가 밝힌 왕의 여자 중에서도 궁녀를 설명하는 부분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왕의 여자’를 통해 잊혀진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자리매김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단편적인 지식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서 오는 오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의 소재로 흥미위주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에 접근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남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들 중에서 일부는 이미 사회의 중심이 여자에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존재적 특성으로부터 스스로 갖는 고유한 특성을 무시하고 사회적 위치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양성 평등차원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타의에 의해 잊혀진 삶을 살아야 했던 여자들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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