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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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본성을 확인해 가는 시간
나 이외에 누군가 알더라도 상관없지만 소중한 공간이 있다. 그곳에만 가면 숨 막히는 아찔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오롯이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나 스스로가 정한 규칙에 얽매어 한없이 자신을 압박하는 시간에서 조차 스스로에게 너그러움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무슨 거창한 곳은 아니다. 때론 수시로 변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정해진 공간이다.

가까운 공원의 나무의자, 인적이 드문 골목길 한 모퉁이, 길인지 아닌지도 모를 숲속 오솔길 그것도 아니면 자동차 안. 이 모든 것들이 바로 그 곳이다. 이런 곳의 공통점은 혼자라는 것이다. 비록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그곳에 있는 시간만큼은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할 그 무엇이 아니기에 혼자라는 것이다. 또한 멀리 가지 않아도 되기에 조금만 여유를 부린다면 언제나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휘황한 거리에는 ‘나’라는 광고 문구가 넘치건만 왜 갈수록 나를 잃어버리며 산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나의 실종에 불안하면서도 남들 사는 대로 살지 않으면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하는 기이한 닫힌회로. 출구 없는 일상의 쳇바퀴로부터 어떻게 ‘나’를 찾을까.”

작가 김선우에게 그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스스로 위안 삼을 수 있는 곳이 남인도의 영적 공동체 ‘오로빌’이라고 생각된다. 작가는 그곳을 벼르고 별러 찾아갔다. 작가가 찾아간 오로빌은 ‘새벽의 도시’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한다. 이곳은 모든 사람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이상을 꿈꾸던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에 의해 시작된 곳이라고 한다. 1968년 첫 발을 내디딘 이래 현재까지 40여 개국 2천여 명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출신, 나이, 학벌, 직업 등 우리들이 일상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이런 것들이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하는 곳이다. 누구나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살면서 나는 나, 너는 너, 이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가 공존한다. 

오로빌에 발을 딛는 작가는 조심스럽다. 방문자라는 신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치 잘못 자신이 내린 어떤 선입감이나 편견으로 인해 오로빌의 가지는 본래의 모습을 왜곡 또는 훼손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여, 사람은 물론 나무며 풀, 곤충 등 그곳 오로빌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것에 마음 쓰며 공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움츠러드는 이방인이 아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공동체 안으로 들어선다. 함께 일하며 놀고 자신을 누리는 시간 동안 그들과 하나가 되어 보인다.

저자 김선우의 눈에 비친 오로빌은 완성된 공동체가 아니다.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된 열망과 강한 의지의 결과가 시간에 익어가는 동안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뀌기도 하는 등 지금도 완성으로 가는 중이라고 보고 있기에 현재진행형이다. 

현대인이 가지는 외로움의 거의 전부는 사회적 관계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저런 관계에 매어 있으면서 그로부터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 바로 그 자리가 외로움의 출발이 아닌가 싶다. 늘 함께 살아가지만 그 살아가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벽을 두르고 닮아가려고 하는 생각이 사람들을 외로움으로 내몰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현실에서 작가처럼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일단 쉬고 다시 잘 살아볼게요. 알았어요, 좀 쉬고 다시 잘 사랑해볼게요.” 이렇게 주변사람이나 자신에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현실이다 보니 오르빌의 사람들이 달라 보이기 마련이다. 떨어진 꽃을 주워 거름을 만드는 일, 사람들에게 안마를 해주는 일, 아이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밴드 마스터, 비온 뒤 흙탕물을 뒤집어쓴 나뭇잎을 닦아주는 일 등 이 모든 일들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그곳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사회적 장치나 남의 시선을 넘어선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한마디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오로빌이라는 것이다.

무엇하나 확정된 것이 없는 것이 사람들의 삶이다. 이것 아니면 곧 죽을 것 같은 것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행복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참 모습을 찾아보는 것, 이것이 작가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우리들에게 보내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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