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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군가의 세기 - 탈서구 시대, 이제 아시아가 답할 차례다
패트릭 스미스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11년 5월
평점 :
우리는 변하는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한 나라의 힘을 표현하는 것으로 대부분 경제적인 부의 축적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면에서 지난 100여년의 역사는 분명 미국을 선두로 한 서구 사회였음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세계의 중심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양한 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파산하는 날’이라는 책의 저자 ‘담비사 모요’는 향후 세계경제의 중심이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브릭스’로 대표되는 신흥경제국으로 그 중심이 변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나라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한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의미 있는 전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다른 시각에서 아시아를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패트릭 스미스의 ‘다른 누군가의 세기’는 서양인의 눈으로 아시아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아시아를 주목한다. 저자 패트릭 스미스(Patrick Smith)는 여러 언론사의 아시아 특파원으로 20여 년 이상을 아시아에서 생활하며 직접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가 서구 세력과 만나 변화해 가는 과정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누군가의 세기’란 20세기는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미국의 세기라 될 것이라 했던 ‘헨리 루스’의 말을 뒤집는 주장으로, 그동안 일반적 시각이 서구 또는 아시아로 나뉘는 이분법을 벗어난 그 누군가가 새로운 시대를 혼란 없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 ‘다른 누군가’가 어쩌면 아시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피력하고 있다.
패트릭 스미스는 기본적으로 근대 아시아의 역사를 볼 때 서구의 침략적 속성이 강하게 드러난 외압에 대항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전통적인 문화를 지켜나가려는 아시아 각국의 노력이 서구의 물질문명에 의해 굴복되고 이를 바탕으로 각국이 어떻게 근대화되어갔는가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아시아 각국이 근대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서구의 물질문명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저자가 중점적으로 살피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는 같은 방법과 내용으로 서구의 세력과 만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국 문화와의 충돌’은 어Esj 방식으로든 겪었다는 것이다. 이점은 이후 아시아 역사에서 서구와 아시아를 구분하고자 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아시아를 살피는 저자의 시각은 한 나라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다. ‘근대성’에 대한 시각으로 각 나라를 볼 때도 일본에서 만난 지식인과 중국에서 만난 사업가, 인도의 젊은 학생들과의 대화를 나열하며 독자들이 스스로 그 공감하는 것과 차이를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무엇을 비교 분석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제지표나 통계자료 등에 의존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람들 속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는 근대화 과정에서 무조건 서구의 방식을 따라했다고 평가하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마치 맹목적으로 서구를 따라하는 것에 자신들의 미래를 맡기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경제적 성장을 이룬 아시아 각국은 혼란에 빠졌다. 자신들의 정체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로부터 서구와 아시아를 구분하는 과정에 아시아의 역사를 부정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아시아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데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서구의 물질문명을 따라가기 급급한 모양새였더라도 그 과정에는 분명하게 아시아의 역사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음 세기를 맞이해야 한다는 충고도 엿보인다.
저자가 주목하는 아시아 국가 중 인도는 독특한 모양새를 보여준다. 낙후, 계급과 종교문제 등 가난한 나라로 비춰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IT산업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인도는 전통 문화와 서구적 가치관, 자본주의의 발달이 인도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인도는 배타성보다 포용성을 보인다. 저자는 이 점을 이후 아시아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근대 아시아의 중요한 고민은 분명 물질문명의 혁신적 개혁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문화적 혼란, 가치판단의 기준, 정체성의 위기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제는 그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서구의 시각을 벗어나 아시아가 자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열린 시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체성이란 바로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서구화는 일반적인 의미의 서구 지향도 아니다. 오직 미국을 모방하는 미국화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미국 역사에 관한 진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극히 편협하게 해석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추천사에서 보여준 장하준 교수의 말이다. 중국, 일본 그리고 인도의 경험과 우리나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비슷한 과정을 겪어오면서도 이들 나라들은 자신들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정체불명의 정책에 목을 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다가올 세기에 그나마 뒤처지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