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강제윤 글.사진 / 홍익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난 누구에게 길을 물어야 하나?
강제윤이라는 저자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몇 년 전 제목에 이끌려 손에 든 책이 저자의 ‘숨어사는 즐거움’이었다. 심상치 않은 제목의 이 책은 저자가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에 내려간 후 둥지를 틀고 쓴 글 모음이었다. 숨어산다는 것,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숨겨야 했는지 그 사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숨어서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의 무엇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삶의 즐거움을 얻었다는 것으로 읽혔기에 그 마음에 담긴 것에 공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정착하는 듯싶었던 고향 보길도를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청년시절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희망을 가슴가득 안고 치열하게 살았다. 그 과정에서 옥고도 치렀다고 한다. 고향에 돌아와 자연과 더불어 인간이 살아야 할 터전에 대한 심한 몸부림을 치더니 다시 2005년 어느 날, 문득 떠돌며 살고 싶은 열망에 이끌려 다시 고향을 떠났다. 무엇이 그를 고향에서 떠나 떠돌이 삶을 살게 한 것일까? 사람들의 곁을 떠나 바다 위 떠도는 섬들을 순례하게 만들었는지 속내가 궁금하다. 

이제 그를 부르는 수식어로 ‘섬 순례자’가 익숙해졌다. 3면이 바다인 이 땅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유인도가 500여개가 된다고 한다. 그 섬을 하나 둘 발품 팔며 걷고자 하는 저자는 지금까지 200여개의 섬을 그렇게 다녔다. 이 책은 바로 섬을 둘며 걷는 동안 보고 느낀 섬과 섬사람들 그리고 저자 강제윤의 이야기를 담아 온 책이다. 출발부터가 섬을 소개하여 사람들을 불러오게 만들고자 하는 관광안내서가 아니기에 그의 섬 이야기는 단순해 보인다. 육지 사람들을 유혹해 그들을 불러드릴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 먼 기억을 아니다. 섬과 섬사람들이 지금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 말이다. 풍어의 시절 섬들은 고기잡이배들과 그 배들을 따라 함께 온 사람들이 성시를 이룬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의 무분별한 욕심이 불러온 결과 고기가 떠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떠났다. 사람들이 사라진 섬에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역사마저 사라지고 있다. 남은 것은 패선과 쓰러져가는 집, 모래사장과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몸으로 담은 노인들의 허한 마음뿐이다. 섬을 순례하는 저자의 발길엔 일정한 흐름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이 책에 실린 섬 순례기를 볼 때 남해에서 서해로 그리고 다시 남해로 이어진 몇몇 섬들을 발길 가는대로 걸어간 흔적이 담겨 있을 뿐이다.

‘섬에서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밤하늘 가득히 쏟아지는 별을 가슴에 품어본 적이 있는가. 별이 나에게 길을 묻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섬에서 섬으로 이어진 길을 걷는 저자의 눈과 가슴으로 순례자는 묻는다. 독자도 어느 때인가 비슷한 질문을 한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늦가을 쯤 서해 위도라는 섬의 이름 모를 항구 등대아래서 밤을 지새우며 보았던 달과 별, 그 밤하늘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가야할 길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가는 그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인이자 별이 길을 물었다는 저자의 이 책에는 순례자의 눈길로 바라본 섬과 섬사람의 마음으로 담은 풍경이 담겨 있다. 사진이 주는 매력적인 이야기는 섬을 가슴에 담고 있는 독자들에게 글과는 또 다른 이야기로 대화를 시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향을 떠나 떠도는 삶을 자처한 저자의 발길은 언재쯤 멈출까? 어쩌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의 삶처럼 저자나 우리들이나 지구를 찾아온 영원한 순례자인지도 모를 일이다. 섬을 걷는다고 당장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답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걸어가는 그 길에서 웃고 울며 늘 자신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밤하늘의 별들이 저자에게 길을 묻듯 우리 또한 그 별에게 길을 물어보며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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