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프로젝트 -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유광수 지음 / 김영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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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배워야 할 것
역사에서 가정을 상정하는 것은 경계에 머물러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에 대한 것에 집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누구의 입장에서 무엇보고자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 역사적 사실은 그렇기에 늘 팽배한 긴장감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고 있거나 모르는 역사적 사실은 그것 자체로만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과거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에 긍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많은 가정을 해보는 것도 현실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리라. 하지만 역사학계나 전문적으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렇기에 등장한 새로운 문학 장르로 ‘스토리텔링’이나 ‘팩션’이라는 것이 그 존재감을 찾고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진시황 프로젝트’는 바로 그러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품이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역사를 하나로 이어 만들어진 이야기는 민족의 문제와 더불어 현대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세계화 추세에 흐름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국제적인 킬러, 중국의 진시황제, 불로초, 일본 천왕의 뿌리 그리고 우리나라 민족문제를 바탕으로 삼국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의 스케일을 커다랗게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 앞 목이 잘리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환도를 휘둘러 목을 잘라 첼로 가방에 넣고 유유히 사라진 범인을 추적하는 중 강력반 형사 강태혁은 범인으로 지목된 사학과 서준필 교수 연구실에서 춘화첩을 발견한다. 춘화첩에 담긴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잇달아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실마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사건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든다. 강력반의 중심에서 사건을 풀어가던 강형사는 환도의 출처가 일본이며 3년 전에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범인을 끝내 잡지 못하고 미궁 속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단순한 연쇄살인이 아닌 그 속에 다른 음모가 있음을 알아간다.

일본의 비밀조직, 중국의 진시황제 부활을 꿈꾸는 음모 그리고 한국의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세력 등 거대한 조직이 이 살인사건에 관련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수사의 중심에 선 강력반 형사들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에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았던 한국은 이 소설에서도 그 중신 무대가 되어있다. 삼국 모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아킬레스건을 소재로 삼고 있기에 그 무게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나라와 나라간의 역사적 사실에서 오는 해석과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갈리게 되는 민족의 감정, 애국과 매국의 갈림길 등 국가단위에서나 개인들에게서나 외교와 양심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벌어진 일이 그치지 않고 현실로 이어지는 현장을 담아내 현시대 우리가 안고 있는 마음의 부채까지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서교수와 심형사의 과거, 서교수와 송곳이라는 킬러, 송곳과 강형사 그리고 방형사 사이의 관계는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더니 결말에 와서 그 모든 사건의 중심이 심형사로 모아지고 있다. 이야기의 출발과 전개과정의 보여준 장대한 스케일에 어울리지 않게 결말부분에 와서 급격하게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짧지 않은 줄거리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의 맛을 알게 해 준다.

“역사의 바람은 우리의 스승이지만 우리의 제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어제가 오늘이 되지만 오늘이 다시 어제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이 진정한 어제가 되어 내일로 가도록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역사를 보고 재해석하며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미 지난 어제는 어쩔 수 없지만 다시 어제를 만드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사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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