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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 우리 건축의 구조와 과학을 읽다
김도경 지음 / 현암사 / 2011년 4월
평점 :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공간 - 집
시골 농가주택을 구입하여 수리중이다. 시골생활을 하기위해 수년전부터 적당한 집을 찾는 과정에서 주목했던 것이 한옥에 대한 관심이었다. 한옥이라고 해서 덩치 크고 오랜 역사를 가진 대가집은 아니었다. 우리 전통이 살아있으면서도 거대한 건축물의 위세에 의해 그곳에 사는 사람이 소외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집이다. 수도 없이 돌아다니면서도 적당한 집을 찾지 못하다가 30여 년 전에 지어진 한옥을 발견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구하게 되었다.
기와지붕에 소나무 서까래와 흙벽 그리고 판자로 만들어진 마루가 온전하게 보존되어진 집이기에 3여년 정도 비어있었지만 당장이라도 살림이 가능한 집이다. 중천장을 철거하고 보니 온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는 서까래와 흙으로 마감한 미장이 온전하다. 비가 새거나 떨어져 나온 흙 한줌 없이 멀쩡한 내부구조가 집을 지을 당시 집주인의 정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한옥이라는 건축의 구조가 가지는 장점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바닥과 대벽 등 아직 마무리 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수리한 이후 그곳에서 살아갈 일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개인적인 관심이 증폭되는 시기에 접한 이 책 ‘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 우리 건축의 구조와 과학을 읽다’는 대단히 흥미로웠다. 눈에 보이는 모습에서부터 감춰진 내부를 비롯하여 건축물을 지탱하는 기단과 초석에 이르기까지 통째로 한국의 건축물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구성된 책이다.
해당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면 머릿속 상상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건축의 경우는 더 그렇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점을 세심하게 살펴 건축에 필수적인 모든 요소를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기초부터 시작하여 공간 구성, 기둥, 가구, 공포, 지붕, 마감에 이르기까지 건물 하나를 지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사진, 구조도, 평면도와 단면도, 투시도 등 수많은 자료를 눈으로 확인하며 마치 실물을 대하듯 머릿속으로 그려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료로 제시된 곳에 대한 안내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건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해 건축용어까지도 알려주고 있다.
우리 눈으로 확인 가능하며 대표적인 한국 건축물을 든다면 궁궐이나 사찰 그리고 몇몇 고택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의 그러한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을 압박하는 위엄을 보여주지 않고 주변 자연과 잘 어울리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것들이다. 이것은 저자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자연’을 ‘대우주(大宇宙)’, ‘인간’을 ‘소우주(小宇宙)’, 그 사이에 있는 ‘집’을 ‘중우주(中宇宙)’로 의미 지우며, 집은 곧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더불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중심이었던 우리들의 생활이 급격한 서구화 산업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생활의 근거가 되었던 우리 것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너무 익숙해서 그 소중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현대화라는 미명아래 막무가내로 서양의 것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우리의 상황이 더 큰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
언제부턴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옥을 체험랄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건물의 모양이 주는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 속에 녹아 있는 조상들의 삶의 가치까지를 체험할 수 있는 내용성의 확보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고 사라져 버린 것을 복원하거나 현대인이 요구하는 편리성을 가미한 재창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