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 개정판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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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한 아들의 아버지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역사적 인물이지만 마치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럴 수 있는지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기억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하지만 시대적 요청이나 특정한 목적에 의해 형성된 분위기가 한 몫 하는 경우도 있다. 역사적 인물 중 그렇게 기억되는 사람이 몇 있다. 퇴계 이황, 이순신, 율곡 이이, 심사임당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한 사람의 진면목을 알기 이전에 이런 저런 이유로 형성된 피상적인 지식으로 인해 때론 올바른 이해를 방해할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는 이황에 대한 다른 측면의 이해를 넓히는데 대단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은 조선시대 성리학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대 학자로 기억되는 측면이 우선된다. 또한 조정에 출사하여 자신의 뜻을 펼치기도 한 관리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미니 품에서 자랐으며 학문에 뜻을 두었지만 출사에는 별 뜻이 없다가 늦은 나이에 대과에 급제하고 관료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직접 경험한 정치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병들어 약한 몸으로 인해 70여 차례 사직 상소를 올릴 정도로 벼슬 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학문의 연구와 저술 후학 교육에 더 많은 뜻을 두었던 사람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율곡 이이와 정치적 활동으로 비교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성리학의 4단 7정에 관한 고봉 기대승과의 논쟁을 통하여 학문적 논쟁의 모범을 보여주고, 성리학의 심성론을 크게 발전시켰다는 점이 주목 받았다. 나이 70세에 세상을 떠날 때 까지 학문에 열중하여 남긴 저서로는 ‘계몽전의’, ‘송계원명이학통론’, ‘퇴계집’ 등이 있다.

퇴계 이황은 도산 서당에서 성리학의 심성론을 크게 발전시킨 한국철학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의 자는 경호이며, 호는 지산 ·퇴계이다. 연산군 7년 11월 25일 경상북도 안동 도산에서 진사 이식의 여섯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퇴계의 아버지는 서당을 지어 교육을 해 보려던 뜻을 펴지 못한 채, 퇴계가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퇴계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34세에 대과에 급제하여 승문원 권지부정자로 벼슬을 시작하여 끊임없이 학문을 연마하며 순탄한 관료 생활을 보내던 그는 종 3품인 성균관 대사성에 이른 43세에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갈 뜻을 품게 된다. 

이 책은 퇴계 이황이 출사하여 40세인 1540년부터 55세인 1555년까지 첫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아들 준과 채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이다. 벼슬하는 관리나 대 학자의 근엄함이 아니라 아들의 아버지로써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평범하지만 따스한 마음이 물씬 풍기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 내용의 주요한 점이 아들에게 쓴 편지이다 보니 그동안 알아왔던 성리학자로의 면모보다는 일반인 이황의 모습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러한 내용 중에는 자신은 그토록 멀리하고자 했던 벼슬을 아들에게 강력하게 출사를 권하는 모습이나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한 가장으로써 책임, 아들과 손자들에 대한 교육문제, 아들과 며느리와 사돈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나 노비를 비롯한 가솔들에 대한 이야기 등에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는 흥미로움이 있다. 또한 이황에 와서 비로소 친 어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바꾼 사실이 돋보이는 점이라고 보인다. 

‘모든 일은 부디 진실로 삼가고 조심하여 부끄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하여라. 몸은 낮은 지위에 있으나, 만약 마음이 안정되고 청렴하여 욕심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 반드시 마땅히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모름지기 거듭 경계하고 경계하도록 하여라.’

이 책은 바로 한 가정의 아버지로써 그가 보인 마음 씀씀이가 중심이다. 그러다보니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가정을 꾸려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중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퇴계 이황이 살던 당시 조선사회의 일면을 꾸밈없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대부의 나라 조선에서 올바른 선비로 살아가기 위해서 지켜나가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을 기반으로 그런 사회의 한 가정에 꾸려지는 구체적인 문제까지 전반적인 조선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보인다.

근엄한 관료이자 학자에서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온 퇴계 이황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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