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숨겨진 자아를 직면하는 일이다 인간의 삶에서 ‘사랑’을 빼면 남는 것이 있을까? 시대와 장소,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감정은 바로 사랑일 것이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의 흐름에 의해 인생의 희노애락이 파도처럼 넘나들기에 한 순간도 사랑을 떠나선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람 아닌가 싶다. 사랑이 포괄하는 다양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성에 대한 구체적 감정에서 사랑의 본질을 찾는 것이 사람들이며 그 사랑의 구체적인 모습이야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지만 그 사랑의 본질은 변함없이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사랑의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모습을 잘 그려내는 작가의 글을 만날 때 독자들은 자신의 사랑의 모습을 돌아보며 공감하거나 아파하거나 때론 이건 아닌데? 하면서 고개를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 이성을 향한 사랑의 본질 앞에선 모두가 공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기윰 뮈소의 작품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이후 두 번째 만난다. 이 작품 역시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중심이다. 프랑스 출신이자 소르본법대를 졸업하고 사회 경험과 영어를 더 습득하기위해 미국에 온 마르탱과 버클리 대학생 가브리엘의 운명적 사랑에 죽은 것으로 생각했던 가브리엘 아버지의 비밀적인 개입이 가미된 다소 혼란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진행된다. 대서양을 건너에 두고 먼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는 두 사람이 떨어져 있는 거리만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사랑이다. 프랑스에서 삶을 살아가던 마르탱은 자신의 모든 건 편지를 보내고 뉴욕으로 가 사랑에 대한 희망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뉴욕의 추운 겨울바람뿐이다.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가슴 깊은 곳에는 여전히 운명의 상대자로 자리 잡은 사랑은 어쩌지 못한다. 작가의 꿈을 접고 경찰에 투신에 마르탱이 집착하는 범인 추적은 세계적인 그림 절도범이다. 그 범인이 자신과 13년 전 잃어버린 사랑을 이어주는 음모라는 것을 모르고 범인을 잡기위해 미국에 오게 된 마르탱은 가리브엘을 만나 오랜 감정의 묵은 실마리를 풀려고 하지만 범인이 가리브엘의 아버지임을 알고 일이 다 복잡한 상황에 직면한다. 13년을 건너 두 사람이 풀어가야 할 숙제는 꼬이기만 하는 것이다. 범인이자 가리브엘의 아버지인 아키볼드 맥린과 숙명적 대결을 펼치는 과정에서 다리에서 떨어져 응급실에 나란히 눕게 되고 이후 사랑의 무한한 힘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사랑이 공존하고 있다. 가브리엘이 선택한 남자 마르탱과의 사랑과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다. 두 남자에 대한 사랑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이 둘의 조합이 그리 어색한 것은 아니다. 이 세 사람은 무두 두려운 대상이 있다. ‘자신의 과거, 깊숙한 곳에 숨겨진 자아와 두려움을 직접 대면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며 숨겨진 자아와의 대면을 피하게 된다. ‘인생이란 참으로 묘하지 않니? 잘못한 일이 전혀 없는데도 마치 형벌을 받는 것처럼 살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처럼 생각하며 그렇게 본질에서 벗어난 피상적인 모습들에 몰두하게 되고 문제는 풀리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 뿐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는 조금 다른 사랑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벗은 인생의 행복을 전해주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때론 혼자 감당할 일도 있다는 것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랑을 잃는 것은 다 잃는 것이다.’며 그 사랑을 지키려는 강렬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지만 사랑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받는다는 건 때로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지.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 인생에서 신은 간혹 나쁜 때를 골라 좋은 사람을 보내준 단다.’ 자아를 직면할 용기가 없어 흔들리는 동안 사랑은 힘들고 곤란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럴 때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자신을 내 보일 수 있다면 우리 인생의 나쁜 때 나타나는 천사가 그 대상이며 사랑이리라. 지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 자아를 직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사랑은 곧 삶의 희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