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
정옥자 지음 / 문이당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연륜의 힘으로 본 역사와 현실
우리 악기의 소리가 좋아서 대금공부를 시작한지 4년째에 접어들었다. 함께 공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분들로 일선에서 물러난 분들이다. 공직이나 교직 등 자기사업을 하셨던 분들이 나이 들어서 이제는 자신의 삶의 여유를 누리고 싶다는 것이다. 만남이 이어지면서 그분들이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인생의 후배로써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선배들의 조언이니 앞으로 나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참고로 삼을 수 있어 좋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온 사람들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어떤 삶을 살아야 나이들어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로 모아지게 된다. 연륜이란 그래서 중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은 그들의 구체적인 삶을 통한 교훈이기 때문이리라.

이 책 ‘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는 바로 그런 분의 이야기다. 대학교수로 학생들과 살아온 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그래서 인생의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선배의 따스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것도 자신의 전공분야였던 조선의 역사를 속에서 찾았던 ‘선비’들의 삶과 관련 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와 현재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저자의 글 속에서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 정옥자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를 정년퇴임하고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자의 전공분야는 ‘조선 후기 중화사상 연구’였기에 그 시대를 살아간 선비들에게 주목했고 그들의 삶을 통해 오늘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 에세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화이부동을 꿈꾸며’에서는 교수가 된 시점부터 역사학자로 바라보는 사회현상에 대한 생각이나 학생들과의 교류 등 교수이자 학자이며 여성으로써 우리의 현대사를 보고 경험하는 과정에 대한 단상이 중심적으로 그려진다. 2장 ‘참을 수 없는 역사의 가벼움’에서는 역사학자의 눈으로 본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담겨 있다. 전통적 가치의 하락의 문제, 외세 의존적인 문제해결 경향성 등을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속에서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다. 저자는 그 중심에 ‘선비’가 있다. 선비들이 보여준 투철한 정신과 시대의 지식인으로써의 역할 등을 강조하고 있다. ‘왜 지금 ‘정조학’인가?‘라는 3장에서는 자신의 전문분야와 현실을 직접적으로 관계 맺기를 한다. 조선의 중화사상의 배경과 더불어 조선 후기 서민문학이 가지는 의의, 선비정신으로 대표되는 ‘수기치인’의 청백리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살피는 조선의 힘은 ‘문치주의’가 가능했기 때문이라 파악하며 존선 후기 정조의 업적이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 인자로 면면하게 유전되고 있는 선비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계승해야 할 정신적 자산이고 다가오는 평화의 시대, 문화의 시대에 꼭 필요한 한국적 리더십이라 생각된다.’

학자로, 교수로, 관리로 살아온 경험에서 우러나는 그의 삶의 지혜는 결국 과거는 흘러가버린 지난 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갈 배경이며 미래를 희망으로 이끌어갈 힘이라는 점이다.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와 우리 것을 지켜나갈 힘은 결국 역사 속에서 오늘의 우리 모습을 재점검하고 바로잡아 미래를 재창조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연륜이 묻어나는 저자의 글에서 나라와 민족, 그리고 후학들에 대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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