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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고(渤海考) - 지혜의 샘.한국고전총서 1
유득공 지음, 송기호 옮김 / 홍익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고전에서 얻는 삶의 지혜
역사에 대한 관심은 내가 누구이며, 나를 오늘에 있게 한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지난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그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국사가 시험과목에 포함되지 않는 현실도 문제지만 학교의 정규 과정에서조차 배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위한 교육인지 실로 암담함만이 가슴을 짓누른다.
과거를 읽어버린 개인이나 민족이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한 개인의 삶도 그렇지만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도 자신의 뿌리에 대한 애착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을 넘어 현실을 살아갈 근거이며 미래를 밝힐 불빛을 일부러 버려버리고서 앞날을 살아갈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 ‘발해고’를 지은 저자 유득공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조선 후기를 살았던 사람으로 고려가 발해의 역사를 잇지 못한 것에 대해 한탄하며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책을 통해서나마 유득공을 알게 된 것은 북학파 일원으로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이서구 등과 벗하며 시문을 짓고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을 통해서이다. 특히, 서얼출신이라는 당시 신분의 한계를 가진 사람이지만 정조의 배려로 관료로 살아가는 동안 그가 보여준 역사에 대한 관심은 반드시 배워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이 책 ‘발해고’는 1784년 정조 8년에 당시 조선, 중국, 일본의 사서(史書) 총 24종을 참고하여 발해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발해사가 아닌 발해고로 이름 지은 것은 완성된 역사책이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에서 붙여진 것이다. 흔히 발해고의 가지는 의미를 ‘발해’를 우리의 역사에 최초로 포함시켰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역사인식에 대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당시 중국이나 일본 등의 외부적 시각이 아닌 우리민족의 시각으로 발해에 대한 역사를 살펴 우리 역사에 편입한 점이다.
‘발해고’는 발해(698∼926년)의 역사를 임금, 신하, 지리, 관직, 의장, 특산물, 언어, 외교문서, 후예 등의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진국공-고왕-무왕-문왕 등 17명으로 이어지는 발해 역대 왕에 관하여 기술한 본기(本紀), 83명에 해당하는 발해국의 문신과 무신 등의 신하를 비롯한 학자들에 관하여 정리한 신고(臣考), 5경 15부 62주의 지방제도에 관한 내용의 지리고(地理考), 관직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 직관고(職官考), 품계에 따른 문무관의 복식과 수도 동경의 모습을 기록한 의장고(儀章考), 발해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에 대한 기록을 수록한 물산고(物産考), 발해에서 사용되었던 각종 칭호의 예를 기록인 국어고(國語考), 외국에 보낸 국서를 정리한 국서고(國書考), 정안국(定安國)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고 있는 속국고(屬國考) 등 이렇게 발해의 역사를 9고(考)로 나누어 정사(正史)의 체계로 엮었다. 주목되는 점은 것은 국서고에서 보이는 일본과의 외교문서다. 일본 왕에게 보낸 외교문서로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하고 부여의 풍속을 간직한 나라이라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다.
‘고려가 마침내 약한 나라가 된 것은 발해 땅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니, 크게 한탄할 일이다.’
발해사의 서문에서 밝힌 저자 유득공의 마음이다. 발해 역사를 기술하며 사(史)를 이루지 못하고 고(考)에 그치며 그가 가졌을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이는 땅인 영토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당당한 우리의 역사를 스스로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후손이 가지는 한계를 뼈아프게 반성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유득공이 살아 오늘의 모습을 본다면 무슨 심정일지 짐작하지도 못하겠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문제 등 오늘날 우리가 풀어가야 할 난제들은 많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우리 것을 우리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그 권리를 누릴 수 없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