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 - 그들은 맥도날드만이 아니라 우울증도 팔았다
에단 와터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아카이브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문화의 다양성은 인간 생존의 근간이다
현대인들은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말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적절한 표현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현대사회는 물리적 거리와는 상관없이 심리적 거리는 무척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각종 첨단 통신기기의 도움으로 인해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처럼 느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각기 나라와 민족이 갖는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현실이다 보니 다양성은 사라지고 보편성만이 강조되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지구촌은 이미 하나의 경제공동체나 마찬가지다. 거대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상품의 교역은 농산물이나 공산품을 막론하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 선두에 미국이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코카콜라, 햄버거 등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미국의 상품들은 상품으로 국한된 것만이 아닌 그 상품과 함께 전파되는 미국의 문화가 함께 동반된다. 이렇게 전파된 문화는 급속도로 한 문화권 내에서 기존문화를 밀어나거나 흡수하여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 정신활동의 산물이 학문이나 예술 등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악, 미술, 영화 등은 상품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변화시켜왔다.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는 하나의 문화권으로 획일화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는 바로 그러한 현상을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자인 ‘에단 와터스’는 심리학의 분야를 예로 들어 미국을 선두로 하는 선진국들의 문화적 영향과 압박이 얼마나 멀리 광범위하게 그리고 깊숙한 부분까지 미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인간 정신의 고통과 치유’에 관한 진단과 치료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거나 그 적용이 강요되는 현실에 대한 진단이다. ‘거식증’이라는 질병은 현대사회의 모순을 대표하는 것이며, 심각한 정신적 고통은 심리 상담을 통해 치료를 모색하야 하며, 불안하거나 우울하면 약물을 통한 치료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 과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과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을 찾아 구체적 사례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홍콩의 거식증 환자의 사례 - 그녀는 왜 음식을 거부했을까?, 스리랑카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 쓰나미 이후, 그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정신분열병 - 다른 세계가 고통을 경험하고 치유하는 방식, 일본에서 다국적 제약회사가 벌인 ’마음의 감기’ 메가마케팅 - 우울증을 팝니다. 등에서처럼 저자는 질병이 발생하는 나라들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나 사회적 환경을 무시한 일방적 진단이나 처방이 강요되는 현장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따라가며 분석하고 의미 있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기준이나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공세적 마케팅 활동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정신의학적으로 주목되는 특정한 사건에 대해 그것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화적 의미를 살피고, 정신질환 증상들이 특수한 시대, 특수한 장소의 문화와 믿음이 빚어내는 산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의 이러한 고찰은 ‘세계화 시대에도 인간 정신과 문화는 단일하지 않다.’는 전재가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자신만이 ’진리’라는 믿음에서 폭력은 시작된다.’는 것으로 모아지며, 결국,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무차별적인 문화적 폭력에 대항하여 ‘고통과 치유에 관한 다른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다른 문화 사이의 소통은 힘을 가진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흡수하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는 속에서 가능한 것이리라. 힘과 자본의 논리 앞에 다양성이 무기력하게 침몰한다는 것은 어쩜 인간 존재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다소 과격한 제목이 경고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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