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 - 대중과 소통하는 '캠퍼스의 글쟁이들'을 만나다
박종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소통과 공감을 넘어 통섭에 이르는 길
학자들이 변하고 있다. 닫힌 공간에서 자신들의 전문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해 가는 학문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학자들을 떠올리면 그들만의 아성에 갇힌 듯 보였던 것이 또한 사실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바로 그런 학자들이 연구실을 넘어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학문 영역을 불문하고 우선 반갑다. 그 반가움은 버겁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이 있으며 또한 우리에게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이 있음을 느끼게 하는 암묵적 공감에 의한 안도감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를 대표하는 말로 소통과 공감 그리고 통섭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중심에는 특정한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경계를 구분하는 일도 아니다. 바로 인간을 중심에 두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막힌 곳을 뚫고 영역과 영역의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공감하는 사회가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은 한 신문사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이라는 타이틀로 우리시대 자신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는 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한 것을 바탕으로 기획된 책이다. 학자 60명이라고 하는 것은 60가지의 학문의 세계를 담았다고도 볼 수 있다. 책의 두께가 말해주듯 적지 않은 숫자이기에 거론 되어지는 학자들의 면면을 살피기에 적절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목받는 학자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김난도, 박노자, 우석훈, 이덕일, 김정운, 유홍준, 이권우, 정민, 장영희, 최재천, 박석무, 안대회, 조선미, 최창조, 안철수, 정운찬 등 60명의 사람들은 명실 공히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조금은 덜 친숙한 사람도 분명 있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학문 분야의 연구 성과를 다른 영역이나 대중과 공유하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사회 각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문의 성과를 현실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60명의 학자들을 일곱 가지 분류로 나누고 각각의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기 때문에 다소 간결한 느낌이 들지만 그들을 대표하는 핵심적인 사항은 놓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한 사람의 학문 영역의 성과는 몇 페이지로 담아낼 수 없는 성질이겠지만 그들의 대중적 활동으로 이미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아쉬움은 각 학자들이 발간한 책이나 기타 자료들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솔직히 60명이라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다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관심분야의 사람들을 먼저 찾고 그들에 대한 그간의 정보와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어가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시각으로 먼저 찾았던 사람들이 이덕일, 유홍준, 이권우, 정민, 안대회, 조선미, 최창조 등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눈에 먼저 띄는 사람부터 읽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 실린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신들의 학문 분야를 ’대중과의 부지런한 소통 속에 즐거운 교감’이라는 생각이 분명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딱딱한 학문적 성과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분야에서 걸어온 발자취와 고뇌까지 보여주고 있어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의 ‘연구 없는 소통은 공허하고, 소통 없는 연구는 맹목이다.’ 라는 말이 더욱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동안 학문연구 분야에 팽배해 있던 모습의 반증일 것이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은 바로 그러한 우리나라 학문하는 풍토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넘어서려는 학자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에 그들이 내 놓고 있는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현주소를 명확히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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