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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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때 철학이 필요하다
강단인문학이 거리로 나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주목받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대부분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획일적인 학문의 영역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하고 되짚어 본다. 하지만, 진정 인문학의 위기를 자초했던 사람들이 누구였는가는 차지하더라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문학자들의 행보에 찬사를 보낸다. 젊은 인문학자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서며 그들을 필요로 하는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문제와 직면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러한 노력에 의해 인문학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높아졌고 본래 인문학의 소임에 대한 자각과 함께 주목을 받기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한다. 본래 인문학은 목적은 ‘주어진 현실과 인간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려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인문학은 강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함께하는 아주 현실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문학과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연결하며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젊은 철학자의 선두에 이 책의 저자 강신주가 있다.

‘인문학의 위기는 곧 사람들의 삶의 위기와 동의어’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인문학의 본질을 극적으로 대변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구체적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과 밀접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이 책에 담긴 내용의 중심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는 저자가 그렇게 고민한 현실문제 중 48가지를 선정하고 그와 관련된 인문분야 고전을 빌어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가 언급하는 고전은 동서양을 망라하고 있으며 철학적 사유가 함유된 서적들로 시작하여 현실의 문제와 접목시키는 탁월한 방식으로 사유를 이끌어 가고 있다. 세계적인 인문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저서 속에 담긴 사상의 핵심을 보다 쉽게 풀어 놓기도 하고 동양의 오래된 사유와 비교분석하며 보다 쉽게 현실의 문제에 접근하게 만든다. 이러한 것은 저자의 전작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동녘, 2010. 2)보다 훨씬 대중적이다. 사유의 중심은 같으나 이를 전개하는 방식과 흐름에서는 현학적인 언어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언어로 철학적 사유를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더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인문학은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와 직결되는 학문이라고 했다. 이는 책 속에 머물러 있거나 생각에 그치는 철학적 사유가 아닌 실천의 여부와 결부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실천의 문제를 정약용의 이야기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맹자와 주희의 윤리적 감수성이 인간의 본성에 집중되어 있다면, 정약용의 그것은 실천이라는 외적 방향으로 자신의 사유를 진행시킨 것이다.’에서 보여주듯 인문학의 중요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이 다른 무엇보다 돋보이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저자는 어려운 철학적 사유를 쉽게 접근하고 있다. 자신의 체험이나 주변에서 일어날만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기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 구체적인 것은 때론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힘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게 만들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불편한 진실을 직면할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게 된다. 이렇듯 철학의 근본적인 힘은 사유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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