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노닐다 - 오주석의 독화수필
오주석 지음, 오주석 선생 유고간행위원회 엮음 / 솔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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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글로 사람을 그리워하다 
미술, 사진, 역사, 인문학 등 전문 영역에 속한다는 것으로 인해 정작 누려할 사람들은 그것들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영역을 설정하고 벽을 쌓아온 것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언제부턴가 이러한 전문영역에 대한 벽을 허물고 있는 선각자들이 있다. 정민, 안대회, 이덕일, 강신주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역처럼 여겨졌던 전문분야의 벽을 과감히 허물어 대중과 공감과 소통을 꾀하며 한발 나아가 때론 당당하게 그 주인의 자리를 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에 의해 대중들은 글자 속에만 머물러 있는 옛사람들의 삶의 지혜를 만나게 되고, 강단철학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의 문제점을 바로 직시할 수 있으며, 역사와 현재를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사람 중 전문가들 속에서나 많은 대중들이 마음에 안타까움으로 기억되며 짧지만 굵은 삶을 살았던 사람을 기억한다. 미술사학자 오주석(1956년 ~ 2005)이 그 사람이다.

자신이 속한 한 분야에서 선배들의 업적을 이어받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벅찬 일인지 작품을 읽는 저자의 태도 속에 나타나고 있다. 저자 오주석의 관심은 옛그림 속에 나타난 조상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굳건한 정신이다. 학문의 과정에서 얻은 자신의 학문적 성과와 감성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유쾌하고 익살스러우며 재미있고 쉽게 대중에게 전달하여 사람들의 문화적 감성의 지평을 넓혀준 점이 무엇보다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오주석의 우리문화에 대한 사랑과 애착은 맹목적인 국수주의나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우리 것, 우리음악, 우리그림에 대한 그의 사랑이 자신이 공부한 동양사학, 주역, 한문 등 폭넓은 학문 탐구의 지평에서 아우르는 넓이와 깊이를 지녔다. 또한 그의 서양음악에 대한 이해는 일반인을 수준을 넘어선 탐미적인 깊이에 이르러 감성적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의 작품해석이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리라.

이 책에는 옛그림에 대한 그의 독특한 해석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조상들이 남긴 그림을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그가 사랑했던 김홍도의 작품과 김홍도를 있게 했던 정조임금에 대한 관심은 특정한 인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넘어 우리문화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오주석의 가치관과 일상을 알 수 있는 수필형식의 글이 있어 저자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것만큼 본다. 그것이 경험이건 지식이건 혹은 추억이건 감수성이건 간에 내 안에 간직되어 있는 것에 비추어 바깥의 사물도 이해하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것’에 대해 나름대로의 다양한 편견으로 제대로 보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땅에 살아가며 자신을 오늘에 있게 했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벗어나 올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나아가는 것 같다.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것만큼 본다는 저자의 말에 우리는 우리 것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하는 반성을 해 본다. 알지 못하기에 그 소중한 가치를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며 결국,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림 속에 노닐다’는 이 책은 그간 발행된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유고간행위원회에서 발행한 유고집이기에 그의 미 발표작들과 살아생전 그와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가슴시린 마음들이 담겨 있어 남은 자들의 슬픔과 떠난 사람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평소 오주석과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은 가고 없는 사람을 기억하게 하며 그가 남긴 글을 통해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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