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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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 사이 무엇이 있어야 하나?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출발하여 이웃, 학교, 사회로 그 범위를 넓혀가는 동안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 필연적인 것이다. 이러한 필수조건인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은 한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자의에 의해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는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순전히 타의에 의해 그것도 강압적인 내몰림이라면 그 압박을 견뎌낼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왕따’는 학교라는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강제적인 단절을 의미한다. 어린 나이에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버리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내면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렇듯 한 사람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할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인간관계는 문학작품 속에서 자주 다양한 인간형으로 묘사되곤 한다. 

‘7년의 밤’에서 사회적 관계의 배경이 되는 것은 가족이다. ‘세령호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사건의 속내를 들어가 보면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가족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무능력한 가장 최현수를 중심으로 부인 은주와 아들 서원의 가족, 탄탄한 사회적 부와 성공의 대명사처럼 보이는 치과의사 오영재의 감춰진 악마적 본성으로 파탄에 이르는 세령의 가족이 그것이다. 현수나 영재 두 아버지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서원과 세령이라는 자식들이 그것이며 그를 기반으로 한 가족이다. 한 아버지는 딸의 복수를 해야 하고 한 아버지는 아들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세령호의 재앙이라 불리는 사건으로 ‘살인자의 아들’이 된 열두 살 서원, 또 다른 가족인 친척집으로부터 강압적 단절을 겪고 혼자가 된 서원은 세령마을에서 룸메이트였던 승환을 다시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한다. 소설가이자 잠수부인 승환은 아버지의 부하 직원이었고 서원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세상으로부터 내 몰린지 7년 후, 등대마을에서 조용히 살던 승환과 서원에게 다시 사건은 시작된다. 복수를 끝내지 못한 세령 아버지 영재의 마수가 시작된 것이다. 아들을 지키려던 아버지의 사형집행이 된 시점이었던 것이다. 소설가의 기록에 의해 사건 전말을 알게 된 서원의 선택은 살인자의 아들로 살아온 7년이라는 시간, 살인자 아버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이다. 

‘여자아이가 살해되었고, 엄마가 죽임을 당해 강물에 버려졌으며, 수문을 열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는 사실이다. 분명 일어났던 사건으로 만으로 보면 사실로 무엇 하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들의 나열들로만 마무리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이 소설의 중심은 바로 여기서 시작하고 있다. ‘사실과 진실사이 그러나’로 이어지는 그 무엇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실수로 인한 살인과 그것이 불러온 파멸, 선택의 기로에 선 인간의 갈등, 복수를 향한 집념, 한 사람의 선의에 의한 선택이 불러온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지켜야만 하는 무엇,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짊어져야 하는책임, 사실과 진실 사이에 존재하는 그러나’ 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딸아이의 복수를 해야 하는 오영재의 삶이 옳다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불가피한 선택에 의해 살인을 저지른 최현수의 입장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간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하며 모두 자신의 삶의 방식이 맞다 는 전재 하에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타협이나 공존의 여지가 지극히 좁으며 때론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각자 자유로운 의지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에 모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다 올바른 것일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삶이 쉽지 않은 이유이리라. 이 소설은 탄탄한 구성, 숨 막히는 사건의 전개, 먹먹해지는 가슴으로 짙은 안개 속을 랜턴도 없이 길을 찾아야 하는 암담한 기분을 들게 한다. 꼭 우리 내 삶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그러한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무거운 과거를 짊어지고 살아온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하나 이 물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못한 존재이기에 그들이 각자 살아가는 삶 또한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에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이 진실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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