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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게 말을 걸다 - 흰벌의 들꽃탐행기
백승훈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찾아가 그 향기에 취해볼 일이다
봄은 성급한 마음이 우선 맞이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추위를 벗어버리는 것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봄이면 꼭 보고 싶은 꽃이 있다. 하나는 ‘얼레지’로 사진으로 본 그 꽃의 모습에 마음이 꽂히고 실물을 보고자하는 마음이 몇 해가 지나도록 그대로다. 올 봄 여전히 만나지 못하고 말았다. 또 하나는 쌓인 낙엽 사이로 가냘픈 꽃대를 올려 살며시 수줍은 미소를 보여준다는 ‘노루귀’가 그것이다.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그 꽃이다.
이렇게 봄을 맞이하는 마음은 우선 꽃부터 찾게 된다. 봄은 겨우내 준비해 세상을 향해 눈맞춤을 준비한 꽃들과 그 꽃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른 마음이 만나면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나 말고도 더 있나 보다. 아니 사계절 꽃을 마음에 두고 꽃과 연애하는 사람, 그가 백승훈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십년 넘게 야생화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들꽃에게 말을 걸고 꽃들의 마음을 편지로 써왔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꽃처럼 향기롭고 어여쁘기를 소망하며 ‘꽃을 보면 인생이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꽃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이 ‘꽃에게 말을 걸다’는 이 책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나무, 꽃, 풀 등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그 모두는 자신이 이 땅에 생명으로 태어난 자신의 소명을 다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그러한 마음으로 꽃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 그 마음을 편지로 미지의 벗에게 보낸다. 그 편지는 굳이 계절의 변화나 꽃이 세상에 나오는 순서에 연연하지 않는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에 담았던 ‘그 꽃’이 떠오르는 순간이면 편지에 그 소식을 담아 보내고 있다.
설레임, 즐거움, 뜨거움, 눈물, 그리움은 자연이 꽃이 저자에게 전해주는 그 마음 그대로이다. 꽃을 대하며 저자의 가슴에 담았던 그 느낌과 감정이 책장 어디를 펴더라도 보이지 않은 곳이 없다. 같은 꽃을 보고 도두가 같은 느낌을 가질 수는 없다. 하여 얼레지를 마주하는 저자의 마음과 내 마음이 다르며 또 다른 누군가의 감정이 다를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다름을 자신의 감정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꽃에게 배운 넉넉한 마음이기에 그럴 것이다.
부용꽃, 물레나물꽃, 큰꽃으아리, 모란, 산수유, 채송화, 금낭화, 메꽃, 현호색, 미선, 호랑가시나무, 타래난초, 장미, 패랭이꽃, 백합, 물매화, 비파나무, 얼레지, 복수초, 솜방망이, 구절초, 목련, 수선화, 석류, 양지꽃 등 이 꽃 편지에 담은 꽃은 수 십 종에 이른다. 초본, 목본를 구분하거나 외래종이라고 홀대하지도 가리지 않고 꽃 그 자체가 보여주는 그 꽃만의 이야기를 완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꽃들의 이름의 유래를 비롯하여 원산지, 쓰임새, 피는 시기 등 꽃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꽃을 완상하는 마음이 곳곳에 녹아 있어 꽃과 글을 대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산으로 들로 때론 강가로 이끌어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한 송이 꽃을 보면 그 꽃의 생애가 짚어지고 그 생애를 짚어가다 보면 인생이 보이기도 합니다. 꽃을 보는 일은 결국엔 내 자신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저자는 꽃들과의 만남이 꽃을 보고 그 꽃을 좋아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꽃과 나눈 마음이 깊어질수록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배워야할 인생의 지혜를 밝혀주고 있다. 이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 속에서 얻은 심안으로 결국은 자신을 성찰하는 지혜를 얻는다는 점을 삶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옮겨온 시인의 시나 저자의 자작시를 통해 보여주는 삶의 성찰이 꽃이 전해주는 마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