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원영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믿음 이후 무엇을 잡고 갈 것인가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어떤 상황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군대를 가는 경우나 부모님에 의해 강제적인 삭발도 그런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보인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타의에 의한 강제적인 요인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만 순전히 자의적으로 삭발하는 경우는 아마도 불교에 귀의하는 승려들이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자신이 속한 세상과 단절하는 가장 큰 외형적 모습이 바로 삭발이라는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그 의미가 매우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강한 마음가짐으로 출가하고 구도의 삶을 살아가는 승려의 삶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은 굳이 불교를 종교로 가지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궁금할 때가 많다. 승려들이 살아가는 승가집단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그리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생각도 하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은 외부적으로 보이는 다른 모습만큼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바로 그러한 의문을 풀어주는 책이다. 출가부터 수행, 생활을 비롯하여 승려들이 수행하는 공간인 사찰 그곳에서 행해지는 행사들뿐 아니라 이 책 발간의 본질적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는 중점요소인 계율에 이르기까지 출가한 승려가 구도자의 길을 가는데 빠트릴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출가가 가지는 의미에서부터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의 문제, 출가자의 기준, 어떤 사람에게 법을 설할 것인지, 어디는 가고 어디는 가면 안 되는지 까지 일상적이고 소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승려 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승려들의 집단인 승가를 이루고 이를 꾸려나가는데 필요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 저자인 원영스님이 직접 체험한 일상과 결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승려들의 모습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던 점이 있다. 그들이 소유하는 자동차로부터 일상생활을 꾸려 가는데 소요되는 각종 물건들 특히 차를 마시는 도구인 다기가 모두 값 비싸고 명품으로만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불교의 가르침이나 승가에서 정한 규율에 그러한 점이 허용되는 것일까? 속세를 떠나 남다른 삶을 선택한 그들이 속세에서 삶을 살아가는 일반인들보다 더 과한 물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또 누리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드는 의문이 그것이다.

종교에 몸담고 있는 구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신앙이 근본이 되는 의심치 않은 믿음이 우선이겠지만 그 믿음을 가능케 하는 것이 종교에 귀의한 자들에 대한 계율이 아닐까 싶다. 계는 좋은 습관이라는 의미로 승가집단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한다. 율은 스님들이 승답게 훌륭한 인격체로 생활하기 위해 지켜가야 하는 승가라고 하는 집단 속에서 적용되는 법률을 의미한다.

저자는 승려 한 사람의 몸가짐이 승가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무척 조심하고 모범적으로 꾸려가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현실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렇지 못하게 보인다는 점이 의아하기 마련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구도자의 길을 가는 원영스님의 전공 분야인 율장에 의해 규정해 보고 싶은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저자는 이러한 고충을 원로스님이나 은사스님, 도반에게도 계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계율을 중심으로 승가집단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이 책은 부처님 살아생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지만 결국 오늘날의 승가집단이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 갈 것인지에 대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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