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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
김영두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학문과 현실의 결합, 무엇이 해답일까?
‘선비의 나라’라고 하면 우선 조선시대가 떠오른다. 조선시대 ‘선비’는 조선 사회를 지배했던 성리학을 학문의 기초를 삼아 자신의 삶과 나라를 이끌어가는 주체였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조선의 정치 이념은 성리학이었다. 성리학은 고려 말에 들어와 신진사대부를 중심으로 정치, 사회, 윤리의 척도로 받아들여졌으며 그 때문에 대표적인 조선의 유학자는 동시에 대표적인 조선의 정치가이기도 하다. 조선 개국 이후 성리학은 조선 사회를 이끌어가는 근본적인 사상이었기에 조선이라는 시대를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덕목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성리학은 사회적 폐단을 낳은 온상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기도 했기에 긍정적인 면과 더불어 부정적 측면도 살펴야 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거두라고 하면 조선 초기 정도전, 황희 중기의 조광조, 이황, 이이, 유성룡, 서경덕, 조식, 기대승을 비롯하여 후기에는 송시열, 허목 등을 우선 떠올리게 된다. 이들 성리학자들 중에서도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면서도 자주 서로 비교되는 사람이 바로 퇴계 이황(李滉, 1501~1570)과 율곡 이이(李珥, 1536~1584)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두 사람이 차지하는 성리학의 학문적 업적뿐 아니라 현실 정치에서도 비교 연구되는 사례들이 많을 만큼 우뚝 선 학자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퇴계와 율곡 두 사람이 중심적으로 활동한 시대가 다르다. 퇴계는 학문을 중심에 두고 제자를 거두어 교육하는데 중심을 두었다면 이이는 학문의 성과를 현실정치에서 실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점이 우선 주목되는 두 사람의 차이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학문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환경이기에 현실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두 사람이 교류한 시기가 10여 년 동안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볼 때 두 사람의 관계를 적대적이거나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책 ‘퇴계 vs 율곡 :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는 바로 현실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를 중요 관점에서 해서 성리학의 두 거두의 학문과 사상을 비교 분석하는 책이다. 서른다섯 살 차이가 나는 현실을 뛰어 넘는 두 사람이 학문하는 사람으로써의 인간적 관계를 통한 교류를 먼저 살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저자가 두 사람의 정치사상을 비교분석하는 근거를 삼고 있는 것이 임금에게 올린 상소인 퇴계의 ‘무진육조소’와 율곡의 ‘만언봉사’다. 퇴계의 ‘무진육조소’는 1567년 무진년에 갓 즉위한 왕 선조에게 올린 여섯 개의 항목을 담은 상소다. 여기에는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정운연에 대한 전반적인 원칙과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율곡의 ‘만언봉사’는 1574년 국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선조의 구언교서에 답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여기에는 왕도정치의 중심인 국왕의 개인적 수양과 국정운영 요체를 담고 있다.
퇴계는 왕도정치의 실현을 현명한 군주가 나타나면 가능해 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선조에게 그러한 왕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이념을 밝혀 성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에 중점을 둔 반면 율곡은 한발 나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책을 제시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학문하는 올바른 길이 현실정치 속에서의 구현이라 생각했기에 보다 구체적이며 직설적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성리학이라는 같은 이념을 지향하는 학문을 하면서도 현실정치의 참여와 그 방안을 제시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을 두고 오늘날의 시점으로 일방적인 시각은 분명 일면적으로 파악하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퇴계와 율곡 두 사람 중 누가 진정한 정치인인가라는 의문은 현실성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이 책을 통해 살펴본 현실의 정치는 곧바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에 현실정치와 무관한 학문이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