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문학을 그리다
종이나라 편집부 엮음 / 종이나라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창조의 두 세계가 만나 새로움을 만들다
그림과 문학의 만남은 단순하지 않다. 몇 년 전, 지방에서 활동하는 화가들의 전시회 도록을 만들면서 경험한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며 경험해온 일상의 일이나 특별한 느낌을 화폭에 담고자 하는 화가들의 마음이 온전히 담기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또한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가슴속에 든 것도 이럴 것인데 하물며 장르가 다른 그림과 문학이 만나는 일은 두 가지 다른 창조적인 세계가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북촌미술관은 서울의 북촌지역(North Village)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미술에서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폭넓은 예술적 관점과 해석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마련함으로서, 가까이 이웃하는 북촌의 역사문화유적지와 더불어 편안한 문화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문화적 욕구충족을 돕고자 일반인들에 다원화된 미술시장을 선보임으로서 예술적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전문가 · 교수 등 미술사학 연구자들에게는 예술사적 연구 자료를 제공함으로서 미술관의 기본적 기능 및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고, 학문적 · 예술적 가치가 있는 국내외 문화예술자료를 수집 · 보존 · 전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촌미술관 관장 전윤수, http://www.bukchonartmuseum.com)

위 글은 북촌미술관을 안내하는 사이트 소개 글이다. 미술관련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문화적 쉼터로 찾아가는 미술관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이 북촌미술관에서 기획한 ‘그림, 문학을 그리다’의 전시관련 성과물을 집약하여 발간한 책이 이 ‘그림, 문학을 그리다’이다. 

이 책에는 화가 강미선, 김덕용, 김병종, 긴선두, 김을, 박불똥, 양화선 등 33명과 시인을 비롯한 문학인 고은, 김용택, 김춘수, 신경림, 이성복, 황지우, 공지영, 김연수, 박완서, 송기원, 이청준, 황석영 등 42명의 작품이 한곳에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현대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익숙한 문학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그림에 문외한이더라도 충분한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시와 글이 그림과 어우러지는 화면 속에는 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미 익숙한 문학의 테두리에서 접했던 글이 그림이라는 다른 예술장르 속에서 서로를 빛나게 살려주는 그 느낌은 서로 상생하는 예술의 힘을 느끼기에 적절한 만남이 아닌가 싶다.

강승희의 그림 새벽과 고은 시인의 배 한척이 만나 인간 근본의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그 무엇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나 김덕용의 그림 知音-피리부는 소년과 고은 시인의 휴식도 비슷한 느낌을 전해준다. 또한 노영신의 그림 나무시리즈의 붉디붉은 색체가 담고 있는 것이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나 김지하의 빗점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실은 고개가 갸우뚱 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그림, 문학을 그리다’ 이 책은 그림을 읽어가는 것이 꼭 그림에 머리박고 들여다본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닌 것처럼 문학 또한 글을 구성하는 단어와 문장 넘어 행간을 읽어야 하는 것처럼 때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림과 글이 만나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묘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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