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 자유 시장과 복지 국가 사이에서
토니 주트 지음, 김일년 옮김 / 플래닛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국가 권력, 삶의 질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인가?
80년대를 청년 학생으로 살았던 많은 사람들은 기억한다. 그들이 무엇을 바라며 날마다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이다. 그때는 목표가 있었다. 사회민주화, 경제정의실현 등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분명한 목표아래 힘들었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안일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그 시기가 지난 뒤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었나?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현장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 또한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2010년대는 어떤가? 그때 믿고 힘을 모았으며 염원했던 그 목표를 이뤘는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대상황이 변했고 사람들 또한 변했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면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토니 주트의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는 바로 그런 의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사회에서 살기를 바라는가? 라는 질문은 바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며 지금 살아가는 사회가 그런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사회인지를 직시하게 한다. 

이 책의 중심은 저술한 토니 주트가 밝히듯이 대서양 연안 국가인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한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병리현상의 근본 원인을 밝히며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저자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루며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였던 다양한 정책에 대한 분석은 국민들의 삶을 영유하는데 필요한 초소한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그들의 삶을 안정화 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복지 국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복지 국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임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의미를 훼손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또한 밝혀간다.

부의 불균등 분배로 인한 극심한 빈부의 격차, 자본의 논리에 의한 자유 시장경제, 공공기업의 민영화 등에 의해 점차 국가 권력이 가지는 역할의 변화는 강력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사상적 배경을 힘입어 급속도로 사회를 분화시켜온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세웠던 좌파 사회민주주의자들의 정책적 대안의 부재 또한 저자의 눈을 피해가지 못한다. 이에 대한 비교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북유럽 나라들의 정책들을 보면서 의식적이었던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국가 권력을 가진 정부의 역할에 대한 강한 어조의 질책성 문제제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고방식의 근간이 엄청나게 바뀌기 전까지, 인류의 위대한 진보란 불가능하다’
(존 스튜어트 밀)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올바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바로 사고의 전환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는 자자는 자유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바라본 사회가 문제가 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실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근간으로 해서 살핀 결과물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한 지붕아래서 살아가는 것처럼 밀접하게 있기에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겪었던 빈부의 격차, 사회보장제도, 공기업 민영화 등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고스란히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 특히,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미국의 문제는 곧 우리에게 닥쳐올 커다란 파도가 될 수 있다. 

우리의 80년대에는 눈에 보이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변화된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는 저자의 주장이 무색할 만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인간이 아닌 개별화된 인간으로 자신을 축소하여 파악하고 오직 개인의 삶에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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