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블루 -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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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공유하고픈 마음이 머무는 곳을 거닐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것도 일상을 벗어나 예약 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는 여행자들에게 말이다. 흔히들 말한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삼고자 여행을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떠난 여행자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바로 그들 각자가 그들만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곳은 일상과 아주 가까운 곳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일상에서 아주 먼 곳이기 마련이다. 그래야 일상을 벗어났다는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의 저자 김랑도 그렇게 찾아간 곳이 크로아티아다.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이라는 희망은 모든 여행자들의 가슴에 담긴 말이 아닐까 싶다. 이 책 ‘크로아티아 블루’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그리워서 떠나는 여행이라지만, 떠나고 보면 그리운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하여 사람에 대한 온전한 기억 속으로 떠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하여 저자가 떠난 곳은 발칸 반도 서부에 있는 나라. 유고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크로아티아다. 내게 크로아티아는 책 속의 사진이 전해준 것이 전부다. 백승선, 변혜정의 공저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속에 푸름의 진수를 보여준 사진들은 푸른색에 대한 호감이 있는 나에게 푸름의 원천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나에게 크로아티아는 책 속에 머무는 이상향일 뿐이다.

여행은 자연과 만남을 우선한다. 하지만 떠나선 만나는 자연의 낯선 풍경 속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사람들로 인해 낯선 자연 풍경이 한껏 빛을 발할 것이다. 이 ‘크로아티아 블루’도 그런 점은 마찬가지다. 저자를 떠난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함께 가고자 했던 곳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여행자의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여행은 분명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테니까 말이다.

크로아티아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저자는 느린 여행자다. 관광이 여행의 전부인 것처럼 변해버린 오늘날의 여행 모습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 싶은 곳을 찾아가 머물고 싶을 만큼 머물수 있는 여행자가 얼마나 될까? 저자는 바로 그런 여행자들 중 한명이다. 그렇기에 찾아가는 곳이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머물러 있는 소도시의 골목길이며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는 눈에 스치는 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늘로부터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빛나는 자연풍광에 그곳을 아끼고 살아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만들어 온 크로아티아의 역사적 배경도 잊지 않고 살핀다. 모든 사람은 지난 역사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눈에는 한때는 로마의 일부, 그리고 베네치아 공국에도 속했던 오래된 역사의 흔적, 최근 유고슬라비아 연방국가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내전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도시의 모습까지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내겐 어차피 책 속에 머물 수밖에 없는 곳, 크로아티아이기에 그곳을 찾아가는 여정이나 구체적인 여행 정보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여행자가 자연풍광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슴으로 담아내는 저자의 심경의 변화가 주목되었다. 하여, 지구를 몇 바퀴쯤 돌아온 이곳에서, 내일은 오늘과는 다를 거라고 믿는다는 저자의 마음을 보았다. 

여행은 어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과정인지 모르겠다. 인연은 굳이 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닌 장소, 시간이 그렇게 인연을 이어 그 시간을 함께 나눈 사람으로 넓혀질 것이 분명하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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