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 - 예술가의 육필 편지 49편, 노천명 시인에서 백남준 아티스트까지
강인숙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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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이어서 공감이 큰 편지 속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소통의 수단은 그 시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오늘날 전화나 휴대 전화, 이메일 등을 활용하여 상황에 맞는 소통을 이뤄가 듯 시대마다 그 시대에 통용되는 소통의 수단은 있었다. 하지만 개인이나 단체 공적인 일이나 사적인 일에 상용되는 소통의 수단이 오늘날처럼 다양화 된 경우가 없었다. 이렇게 다양한 소통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소통이 더 원활하고 사람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 준다고 볼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가슴속에는 ‘손편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편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애편지나 부부, 부모와 자식 간의 다양한 마음을 담아 주고받은 것들이다. 이 편지에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 시간의 흐름이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몇 주가 걸리는 이 시간이 있어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 간절함을 더하게 된 것이다.

이 책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은 바로 그런 편지를 중심으로 그 편지의 사연이 있게 된 배경에 대한 이웃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중심이 되는 이 편지 묶음이 주목되는 것은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우리나라 문단의 내 노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 볼 수 없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편지들이라 작가에 한 발 다가서고 싶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 편지글을 엮은 사람은 2001년 1월 문학평론가 이어령과 그의 부인이 함께 설립한 문학박물관인 영인문학관을 운영하는 문인 강인숙(건국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관장이다. 부부가 다 문학계에 몸담고 있어 문인들과의 교류가 활발했기에 문학박물관에 소장된 문인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소장품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 문학박물관인 영인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인들의 편지글을 기본으로 엮은 책이 바로 이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이다.

문인들을 포함하여 예술가의 육필 편지 49편을 엮은 이 책에는 화가 김병종, 이성자, 소설가 정미경, 박범신, 이광수, 김동인, 조흔파, 조정래, 박완서를 비롯하여 시인 정한모, 김남조, 문효치, 박두진, 박용철, 김광균, 주요한, 고정희, 노천명 뿐만 아니라 백남준, 장연주 등의 친필 편지가 담겨 있다. 이뿐 아니라 파울로 디 카푸아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구로다 모모코가 등 외국인들의 편지도 있다.

관심이 가는 편지는, 부부사이의 묘한 감정을 담고 있는 소설가 조흔파가 부인 정명숙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미소를 번지게 하고 있다. 문학계 유명한 닭살 부부로 통하는 조정래의 편지, 얼마 전 고인이 된 박완서의 편지 등이다. 짧은 편지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저자의 읽어주는 편지글을 통해 시대상황과 문인들 간의 인맥, 예술인들의 개인적 고뇌까지 알 수 있게 하는 친절함이 있어 더 반갑게 읽힌다.

‘편지는 수신자 혼자서만 읽는 호사스런 문학이다. 그것은 혼자서 듣는 오케스트라의 공연과 같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만큼 개인적이고 내밀한 마음의 한 자락을 담고 있어 혼자만 누리는 호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편지를 주고받는 당사자 사이 온갖 감정이 넘나드는 현장이라는 의미라면 분명 오케스트라 공연일하고 할만하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게 만드는 편지들을 보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또한 작가들의 멋진 손글씨를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이 또한 분명한 독자들의 호사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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