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알 수 있게 하는 1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 보편성이 있을까? 어떤 대상에 대해 모두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전재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이나 변화하기 마련인 것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역시 그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발로라고 한다면 이 아름다움에 대한 보편성은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움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아름다움은 인류가 이룩한 창조물에 부여하는 가치는 시대에 따라 그 흐름을 달리해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 아닌가 한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논하는 것이 미학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는 미학에 대한 규정은 너무 어렵다. ‘예술, 자연, 인생 따위 위에 널리 경험되는 다양한 미를 미적(美的)이라 총칭하고, 이 미적 현상이 지닌 본질이나 법칙성을 명백히 하는 학문을 미학’이라고 한다니 출발부터 막막한 느낌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미학에 대한 벽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 속성이 분명 있다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인간의 창조물을 보고 자신이 느끼는 그래서 기쁘고 때론 우울하고, 슬픔까지 느끼는 그 어떤 감정은 무엇일까? 이런 기본적인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예술이란 학문을 넘어선 일반 대중과의 공감과 소통이 가능한 것이리라. 하여 이런 것을 다루는 미학이 넘어서기 어려운 분야에 머물고 있다면 이는 어쩜 그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명백한 한계가 아닐까 한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는 그런 장벽을 허물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누구나 누릴 수 있다는 전재가 있어 보인다. ‘그들만의 미학에서 우리 모두의 미학’으로 변화를 꿈꾸었다는 대단한 작업의 일환이 아닐 수 없다. 에셔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는 인류의 역사와 그 맥을 함께하면서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 현대 다양한 예술 장르에 이르고 있다. 

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 ‘에셔’(1898~1972)는 네덜란드 출신의 판화가로 수학과 논리학의 난제를 다룬 독특한 작품을 발표한 사람이다. 교묘한 수학적 계산에 따라 작품활동을 했는데 ‘뫼비우스의 띠’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라고 한다. 이 책은 바로 미학의 중심주제를 바로 ‘에셔의 세계’로 이름 붙이며 전개하고 있다.

‘미학 오디세이 1’은 그 예술의 출발선으로 ‘태초에 아름다움이 있었다’로 시작한다. 예술 작품은 시간의 영원성에서 보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영원히 남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원시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자주 들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동굴 벽화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 된다. 하지만 동굴 벽화에 대한 시각은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출발이기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여겨진다.

이 책에서는 인류 역사의 전개과정에 맞추어 예술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원시예술에서 고대,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의 예술에 대한 중요한 사람과 작품을 통해 당시 미술사조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독특한 글맛으로 전개되고 있다. 역사의 전개되는 과정에서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시대를 비교하며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이집트와 그리스에 조각상의 차이점이나 중세 모든 것에 우선이었던 종교 그리고 논리학을 비롯한 수학자과 과학들이 예술의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등은 오늘날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고자 하는 통섭의 이론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는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라면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는 지, 취미는 논할 수 없다는 논리로 본다면 공통의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는지의 여부처럼 예술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의 변화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보인다.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오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미학 오디세이 1’은 바로 이러한 부분으로의 이야기를 모아오고 있는 것이다.

생생한 사진과 그림 등이 다소 어렵고 딱딱함을 벗어나게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비평가들의 전문적인 용어를 피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구성된 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한 플라톤과 아리스의 대화형식으로 중요한 점을 강조하듯 보여주는 부분에선 알지 못하는 사이에 미소가 번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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