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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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완성이 사랑으로 가는 길일까?
사랑은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된 화두다. 사랑이라는 보이지도 않고 확인도 불가능한 감정에 대해 대단한 호감을 가지면서 그 주변을 멤 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랑에 대한 격언이나 정의 등이 있지만 막상 당사자에겐 무용지물처럼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은 철저하게 개인적이면서 가장 현실적인 사람들의 감정인 것이다.

이별은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하는 이별은 없다. 이별이라는 말 속에 이미 다른 사랑이 내재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특정한 단어나 상황 또한 감정이 이처럼 이중적이고 모순되는 상황의 중첩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이별 리뷰’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이중적이고 모순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극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주제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의 시작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별’이 사랑의 시작이며 ‘이별’에 대한 완전한 작별만이 그 새로운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찾아가는 이별은 현실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모두 문학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실마리로 풀어가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이 또한 문학이 현실의 모습을 다른 언어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이라면 아주 밀접하게 현실 개개인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저자가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살피는 문학작품은 무려 서른두 편이나 된다.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 배수아-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이만교-결혼은 미친 짓이다, 깃믕옥-무진기행, 황순원-소나기, 전경린-물의 정거장, 김경옥-장국영이 죽었다, 김훈-칼의 노래, 공무도화, 박완서-그 남자네 집, 그 여자네 집, 김형경-외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우애령-정혜, 박현욱-아내가 결혼했다 등 모두 사랑과 이별에 대한 선이 굵직한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이미 익숙한 문학작품 속에서 찾고 있기에 더욱 친근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서는 이야기들이다.

‘호모세퍼러투스-
이별하는 사람, 즉 너무 많이 생각하는 사람, 너무 많이 집착하는 사람, 너무 많이 배려하는 사람, 너무 많이 이해하는 사람, 그래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더 사랑받으려고 애쓰고 집착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 그만큼 상처받는 사람’

이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직면해야 하는 것이 이별이다. 주변 가까운 사람 누구도 이별을 겪었지만 그들이 내 이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이별은 그래서 다 자신이 감당해야한 운명인지도 모른다. 즉, 스스로 어떻게 이별과 완전한 작별을 하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별은 이미 다른 사랑을 포함하는 말이다. 결국 저자가 이 다양한 사례를 들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 속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역설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다른 사랑에 대한 존중, 그것은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이 말은 한때 영화로 만들어져 파문을 일으켰던 ‘외출’이라는 작품을 이야기 하며 이 책의 저자가 한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별이 가슴 무너지는 슬픔이고, 견기기 힘든 아주 구체적인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갈망하고 그 사랑의 완성을 꿈꾸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가야 할 모범답안이 아닐까 한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이별을 예감하는 사람, 이미 이별로 인해 아픈 사람 누구든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서른두 편의 문학작품을 한번쯤 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여 지금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한 숨김없는 진단을 해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기에 충분한 저자들의 작품이기에 말이다. ‘이별한 자는 불안정한 책이다. 그러므로 다른 책의 힘으로 다시 편집해야 한다.’는 것처럼 자신의 이별을 편집하고 다시 맞이할 사랑에서 이별을 지워야 할 것이다.

‘이별리뷰’는 이별이 중심이 아니다. 오히려 그 뒤에 붙어 있는 리뷰에 있다. 이별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리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일 것이다. 저자는 그 경험을 문학작품 속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이 어쩌면 어느 누군가의 이별에 대한 아픔을 구체적으로 건드리지 않고도 일반화 시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묘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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