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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작품이 증언하는 김홍도의 삶과 뜻
자신만의 독특한 장기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움을 사는 사회다. 그런 부류로 음악이나 그림 등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 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환쟁이를 비롯하여 그들의 예능적 재능을 폄하적인 낱말이 생긴 것이 그 반증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에 대한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언제부터 그들이 부러움의 대상뿐 아니라 가장 하고 싶은 직업이 되었다.
조선시대, 신분제도에 의해 사람들의 모든 것이 구분되고 그에 따라 삶이 결정되었던 사회에서 그들 예능인에 대한 인식을 그야말로 필요악이 아니었던가? 사대부를 비롯한 양반 성비들이 시서화(時書畵)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지만 막상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그 신분제도에 의해 규정된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옛문헌에 나타나는 그들의 생활은 언제나 그림이나 음악과 함께 하는 생활이었고 또한 그런 예능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들의 풍요로운 일상을 누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사회적 억압 속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여 위로는 임금으로부터 사회 전반의 사람들에게 칭송받았던 사람이 분명 있었다. 그런 사람들 중 대표적인 사람을 꼽으라면 단원 김홍도가 선두에 설 것이다. 중인 신분으로 도화서 화원이 되고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현감까지 제수받기에 이른다. 물론 역사적 인물로 그보다 더 큰 신분상승을 이룬 사람들도 많았지만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그리 흔치않다.
오주석의 이 책 ‘단원 김홍도’는 화원 김홍도에 대해 일상이나 그림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비롯하여 당시 김홍도와 교류가 있었던 문인들의 문헌을 총 망라하여 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문헌상에 보이는 흔적을 찾아내 거의 모든 사항을 담았다고 보여 진다. 김홍도의 주요한 활동 연대는 조선 영조와 정조 임금 때이다. 특히 정조 임금의 총애를 받아 임금 가까이에서 임금의 어진을 그리는 작업에 세 번이나 참여하는 등 임금의 요구에 맞는 그림들을 그렸다.
‘김홍도는 우리나라의 옛 화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분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예술적 성과를 넘어서서 이분의 인간적인 매력이 아주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김홍도의 예술부터가 비단 그림 솜씨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씨, 문학, 음악 등 각 방면에 걸치는 것이었지만, 그 관련 기록의 행간에 엿보이는 인물의 됨됨이가 어느 때는 사랑스러운가 하면, 또 어느 때는 품격이 도도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훌륭한 선인을 생각하고 그 자취를 찾아다니는 작업은 그 자체로 크나큰 행복이었다.’
이처럼 저자 오주석은, 단원 김홍도에 대한 평가로 반듯하고 훤칠한 외모와 호쾌하면서 섬세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음을 주목하면서 그림뿐 아니라 음악이나 시문에 대한 재능을 높이 사 그의 폭넓은 교양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그의 30살이 넘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스승 강세황과의 교류에서 드러나는 여유롭고 해학적인 기질 등 그의 인간적 매력에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김홍도에 대한 일본에 잠입하여 지도를 그려왔다거나 춘화를 그렸다는 등의 편견이나 잘못 알려진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밝혀진 문헌을 근거로 사실이 아니라거나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조심스러운 평가를 하고 있다. 화원 김홍도로써뿐 아니라 인간 김홍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마음이 아닌가 싶다.
오주석의 이 김홍도에 대한 책 ‘단원 김홍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의 그림과 인간됨을 알려주기 위해 당시 활동 했던 조희룡, 이인문, 강세황, 홍길주 등의 그에 대한 평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책에 실린 김홍도의 다양한 그림들이 눈을 사로잡는다는 점이다. 김홍도가 그린 그림 중 남아 현존하는 그림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풍속화를 비롯하여 산수화, 화조도 등 이 책에 담긴 그의 그림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는 재미가 여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