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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의 장수비결
정지천 지음 / 토트 / 2011년 1월
평점 :
특별한 장수비결은 없을지도 모른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꿈이다. 그 중 인류의 역사는 생명을 연장하려는 꿈을 실현해오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삶의 방식이 변하고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류는 그 꿈을 실현해왔다. 특히 의학의 발달은 이제 100년을 넘어 그 이상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인류는 오랫동안에 멈추지 않고 건강하고 오랫동안으로 생명에 대한 꿈을 확장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인류의 소망은 다만 생물학적 의미의 생명 연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건강하게’라는 말 속에 이미 늘어난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실현해 가려는 ‘삶의 질’의 문제와 직결되어 온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과 비교도 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앞선 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통해 그러한 꿈을 실현했을까? 지난 시간 역사 속에서 그러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 무엇이 그것을 가능케 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이 책의 발간 목적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 정지천은 한의학을 공부하고 오랫동안 인간의 건강한 삶에 대해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조선시대 왕들을 비롯한 명문가들이 가문을 유지하고 계승해온 그들의 고유한 생활 습관과 전통, 역사적 배경 등을 살펴 한의학적인 근거를 밝히고 있다. 그러한 연구결과를 모아놓은 책이 ‘명문가의 장수비결’이다. 저자가 관심가지고 살핀 조선시대 명문가로는 이익, 정약용, 이정구, 조헌, 김정희, 이항복, 박지원, 서유구, 윤선도, 이황, 정온, 송시열, 송준길, 허목, 허엽 등 조선시대를 당당하게 살았던 열다섯 명과 그들의 집안이다. 또한 장수를 누렸던 중국과 조선의 왕들에 대해서도 살핀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던 이들의 삶은 그리 평탄한 것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열중하고 자신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 출세에 대한 압박, 당쟁을 비롯한 어지러운 정치 환경에서 권력과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 등 당시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겪었을 정신적, 물질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 압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았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저자가 이 연구를 출발한 근거가 아니었을까?
장수한다는 것은 어쩜 곧바로 먹는 음식과 직결하여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먹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살펴본 그들의 일상에는 특별한 그 무엇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그들의 일상을 살펴 찾아낸 비결로 우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으로 강한 몸이라 본다. 건강한 부모 밑에 건강한 자식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엄격한 가풍 속에서 공부를 통해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검약한 생활 습관, 넉넉한 마음 씀씀이, 강인한 정신력, 의학적 지식 등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늘 살펴 과하지 않은 음식 습관이 그 비결의 기본이라는 점은 특별한 장수비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는 놀라울 만큼 평범하다. 특이할 점은 이들 명문가들의 가풍으로 이어져 온 음식습관에는 그들 집안의 선천적인 체질에 맞는 콩, 양탕, 녹차, 고구마, 고사리, 구기자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적절한 음식 습관이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어쩜 바로 이 점을 밝히고 싶은 것이 저자의 관심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건강하고 오랫동안 살고 싶은 인간의 소망을 시현하는 것에는 특별한 비책이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넉넉한 마음 씀씀이에 넘치지 않은 생활이면 그 소망은 현실로 다가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