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
오윤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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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고스란히 담아낸 대장경
모든 것이 시간 앞에 장사 없다. 한 번 만들어진 것은 없어지기 마련이다. 유사 이래 인류가 이룩한 거대한 문화유산 역시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이 또한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사라져 갈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인가를 기념한다는 것은 사竄낡킬� 잊혀져가는 그 무엇을 현 시점에서 그것이 가지는 현재적 가치와 의의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리라. 100년도 살지 못하는 사람에게 1000년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의해 가치를 발현하기에 지나간 1000년의 시간도 오늘, 지금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하여 역사를 보는 것도 오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1000년 전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조그마한 출발이 1000년 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다음 1000년 후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고려대장경이 올해로 조성 된지 1011년부터 2011년 까지 꼭 1000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한다. 상상도 못하는 그 긴 시간동안 숱한 사람들의 손과 마음에 의해 존재해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의미일 것이다.

대장경, 고려대장경(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이다. 한국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 인류가 이룩한 귀중한 세계의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이 ‘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은 바로 그 대장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대장경이 불교의 가르침을 담아놓은 그릇이라고 하면서 그 가르침이 대장경으로 담겨오는 과정, 그리고 공간과 시간을 넘어가는 동안 늘어난 그 가르침에 대한 말을 기록, 고려대장경으로 불리는 재조대장경이 가지는 가치의 의의, 그 의의를 표현한 교정의 이야기 등이다. 송나라의 개보대장경, 거란의 거란본대장경(단본), 고려의 초초대장경과 재조대장경에 이어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 등 이 모두가 같은 부류의 그릇에 속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 대장경에 대해 한 나라 특정한 사람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인도에서 불교가 시작되어 부처가 가르침을 설하고 사후 결집을 통해 가르침을 담아내고 그것이 중국을 거쳐 고려에 그리고 일본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는 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 나라의 모든 것을 담아왔기에 당시 아시아의 공동된 유산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게 해야만 대장경이 가지는 올바른 의의를 되살릴 수 있으며 지나온 1000년과 다가올 1000년을 이어가는 올바름이라고 본다. 그러한 결과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은 대장경의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동안 고려대장경연구소를 비롯한 저자가 이 대장경에 헌신한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가 대장경을 보는 시각은 독특하다. 대장경에 담긴 다양한 분야의 기록물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있지만 무엇보다 저자는 지나온 1000년의 시간과 다가올 1000년의 시간의 한 가운데 서서, 시간이라는 거대한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관조하는 모습으로 대장경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시각은 대장경이라는 그릇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부처로부터 시작된 말이 다양한 그릇에 담겨 시간과 공간을 건너와 우리가 사는 시대에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기는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력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사십이장경’이 서기 67년 중국에 들어오고 그 후 고려에서 대장경이 만들어진 것이 꼬박 1천년 후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그 대장경이 만들어진 지 또 꼬박 1천 년이 흘렀다고 한다. 2011년 음력 3월 10일 해인사에서 벌어질 ‘팔만대장경 정대불사’를 기다리는 마음은 불자를 넘어선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종교를 넘어 인류문화유산이라는 가치를 지닌 고려대장경을 소장한 우리로써 그간의 과정이 자부심만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한 둘이 아닌 것 같다. 태워버려도 아깝지 않은 무엇으로 바라봤던 조선시대의 시각이나 분명 소장하고 있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우리의 과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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