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배 교수의 술나라 이야기
정헌배 지음 / 예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부럽기만 한 술 한 잔
‘술 한 잔 합시다.’ 이 말에 기분 좋게 술자리에 참석한 사람이 그 ‘술 한 잔’이라는 말에 속았다면서 다시는 술 마시자는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고 한다. 연유인 즉 슨 평소 술 한 잔이 정량이 사람이 그날따라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에 한 잔 하자고 제안했는데 한 잔이 딱 한잔에 그치고 말았으니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썩 내키지 않았음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 ‘술 한 잔’ 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나다.

술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애환은 술 문화가 사람들의 관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참으로 불편한 점이 많다. 요사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거의 강권하는 술자리 문화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을 그들은 알까? 하지만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술자리 문화에 대한 중요성이나 술의 장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참석하는 술자리에서는 그 자리가 끝날 때까지 있으며 때론 나도 저렇게 술을 잘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이 책 ‘정헌배 교수의 술나라 이야기’는 이렇게 술이 넘쳐 피하고 싶은 사람이나 술에 대한 갈망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경영학을 전공하면서도 술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직접 술을 개발해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정헌배인삼주가’가 그것이며 ‘인삼주’의 세계 유통을 실현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 애주가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사람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술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히 술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를 모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술에 매진하게 된 동기로부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술들에 대한 연구와 우리 술이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명주의 반열에 오를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저자의 바람의 중심에 ‘우리 술’이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술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소비량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 우리의 술을 대표할 만한 술이 없음을 개탄하면서 자신이 직접 원료 처리에서 발효, 병입의 전 과정을 자체 수공 제조하는 웰빙 술을 개발한 노고가 만만치 않다. 그런 저자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개발과정에 겪었을 고충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

이 책에는 술과 술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주를 비롯하여 새로운 술로 재평가되어 일본에서 주목 받는 막걸리 그리고 집에서 빗는 가양주 등에 대한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술 산업에 대한 저자의 바람까지 담겨 있다.

술은 무엇보다 맛과 멋이 어울리는 음식이다. 술이 과하여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경우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현실에 대해 저자는 진정한 주당은 어떠해야 하는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내 놓고 있다. 물론 저자의 독특한 시각은 아닐지라도 술에 전 생애를 걸고 있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 더 울림이 크다. 특히 1927년 문인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다는 ‘술나라 헌법’은 술이 사람을 마시는 현실에서 주목해야할 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이제 세계적 명주 하나쯤은 있어야지요!’라고 외치는 저자의 술 사랑이 결실을 맺어 술의 맛과 멋이 은근하게 번지는 우리나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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