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 - 안견과 목효지 꿈속에서 노닐다
권정현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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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의 끝은?
이상향은 존재할까?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상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모여 이상향으로 나타난 것이라면 출발부터 한계를 가진 것이 바로 이 이상향일 것이다.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꿈이니까. 

지존의 자리가 흔들리는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것도 권력의 중심에서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꿈은 지존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리라. 군주의 시대 왕권을 장악하고 자신의 이상향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늘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는 인기를 끈다. 바로 이상향, 권력, 현실정치, 인간의 욕망 등 사람들이 현실에서 누리지 못하는 꿈같은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펼쳐놓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도 그에 못지않은 흥밋거리로 역사적 사건을 현실의 무대로 되살리고 있다. 문학에서 팩션이라고 하는 분야가 바로 그것이며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간다. 이 책 ‘몽유도원’도 그런 분야의 소설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 어울 것 같지 않은 그림과 풍수를 한데 모았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몽유도원도’라는 그림 한 점을 매개로 얽혀지는 사람들과 권력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표출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 소설의 출발이 되는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1447년 안평대군이 어느 날 밤 꿈속에 노닐던 신비로운 도원경의 광경을 도화서 화원 안견에게 위탁하여 이틀 만에 그리게 그림으로 안평대군의 자필 제발을 포함 박팽년, 성삼문, 김종서, 신숙주, 최항, 정인지, 윤자운, 서거정 등 21인의 당대 최고의 문인, 묵객, 학자, 명신들의 자필 발기가 붙어 있다.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지금은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덴리대학에 소장되어 있다. 

'몽유도원' 바로 이 몽유도원도에 담겨진 안평대군이 자신의 이상향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마음을 담았다는 추론에서 시작하고 있다.

도화서 화원 안견은 중인 집안 출신으로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하고 그 실력을 인정 받아 특채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 만족하지 못하고 풀리지 않은 의문에 쌓여 안평대군의 서고에 보관되어진 중국과 고려의 그림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주체하지 못하고 몰래 담을 넘는다. 안평대군의 문예를 살아하는 마음과 넉넉한 인품은 그런 안견의 받아주고 이후 든든한 후원자를 넘어 벗으로 대한다. 안견은 자신의 그림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삼각산에서 실족하고 목효지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이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한편, 세종의 아들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은 그들의 형 문종이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린 조카 단종이 왕권을 이어받자 신권에 흔들리는 왕권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권력의 중앙으로 등장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둘, 수양과 안평의 꿈의 출발은 달랐다. 비극의 출발은 이것부터가 아닐까 한다. 

흔들리는 왕권을 두고 수양대군 측이 벌이는 권력을 향한 음모를 막고 종묘사직을 지켜야 한다는 안평대군 역시 우여곡절을 겪지만 왕권에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풍수 목효지를 이용한다. 그 틈바구니에서 안견과 목효지의 행보는 달라지며 수양대군의 거사가 성공하며 끝내 운명이 달라진 것이다.

봄바람 같아서 잠깐 왔다가 금방 사라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목효지의 사랑 초요갱의 말은 사랑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리라. 이상향을 향한 인간의 꿈, 현실 권력에 대한 욕망,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 등도 역시 한가지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안평대군의 꿈속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운명과 끝내 이루지 못한 이상향에 대한 그 희망에서 모두 실패한 사람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렇게 사라진 사람들의 눈으로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욕망을 그려가는 점이 이 소설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안평대군의 안견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그려내는 부분이 그것이다. ‘검은 먹물이 골짜기를 이루며 세세토록 흘러가리라(현동자 玄洞子)’이기를 바랐던 안평의 마음이다. 안평대군이 죽은 후에야 그 뜻을 알게 되는 안견의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지 짐작이 간다. 이런 인간관계를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 그림 몽유도원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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