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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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과 저자가 함께 주목되는 평전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존경하지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을 본으로 삼고 배운다는 것은 자신의 생을 통째로 바꾸는 일이 되기도 한다. 이른바 사숙(私淑)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행복한 일이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세계가 만나 소통하며 공감을 이뤄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 된다. 이 책 ‘백석 평전’에 등장하는 두 사람, 백석과 김영진의 관계가 바로 그와 같은 사숙의 관계로 보인다. 그렇기에 저자 김연진의 백석에 대한 로망은 태양을 향한 해바라기의 마음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우선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백석은 어떤 사람일까?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대를 관통했던 사람으로 시인이며 민족주의자들의 벗이었고 스스로 민족의 아픔을 이겨내고자 했던 사람이다.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나고 오산소학교와 오산고보를 졸업, 일본 청산학원에 유학하고 학교 교사, 조선일보와 문예지 등의 편집을 맡으며 시를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지식인이었다. 한국전쟁과정에서 북쪽에 남아 시와 러시아 문학을 번역을 하며 일생을 마칠 때 까지 살았다. 그의 시는 우리나라에서 금기시된 작가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몽우로 더 잘 알려진 김영진은 또 누구일까? 이 사람 역시 그 삶이 간단하지 않다. 태어나면서부터 유약한 몸으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에 의해 학교 진학도 못한 채 생활하면서 형의 미술 선생님에게 조각과 미술은 물론, 종교, 문학, 예술, 법, 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인사동에서 초상화를 그리거나 전각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가던 중 세계적인 화상이자 미술컬렉터의 도움으로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미국 등 외국에 진출하여 잘 나가던 때도 있었지만 지병의 악화와 자신의 예술사계에 대한 갈등으로 왼손을 스스로 찍어버리며 좌절한다. 이런 상황에서 백석의 시를 만나 삶의 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다.

이 둘의 만남은 어쩜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백석에 대해 열렬한 탐구시간을 거쳐 이 책 ‘백석 평전’을 발간하기에 이른다. 하여 이 둘의 관계를 주목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사숙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기에. 그렇기에 이 책에는 일반적인 평전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 화가 김영진의 백석을 향한 마음이 오롯하게 담긴 글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백석의 시를 만나고 저자의 부친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에게 들은 백석과 그의 시에 대한 이야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백석의 성장배경과 정서에 영향을 준 사람들을 비롯하여 백석의 시 작품에 의해 영향 받은 대중가요뿐 아니라 작가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어 우리 문학사의 한 측면을 살필 수 있다. 또한 저자 몽우가 뽑은 백석의 대표 시 열 세편의 전문을 싣고 있어 본문에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그의 시를 감상할 수 있어 백석 시인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독특한 경험을 충분히 살려 백석의 작품과 사상에 크게 감동 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점은 백석이 가지는 시와 삶의 진정성을 밝히는 중요한 동기이면서 한편으로는 저자의 백석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백석의 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대중가요와 백석의 시를 비교 분석하는 부분과 백석 시인에게 영향 받았다는 시인들의 시를 비교하는 점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분명 저자의 지적대로 백석의 시와 민족적 삶은 동료 및 후배 문인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지만 이들의 비교를 구절구정 예를 들면서 하는 부분에서는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분단이하고 하는 우리 민족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문학작품에 대한 금지조치는 백석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사상적 자유를 누릴 수 없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런 과정에서 묻혔던 시인을 현대 사회로 불러온 점은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가지는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창작의 길에 당당히 서 있는 작가 몽우 김영진의 삶과 백석의 삶을 비교하는 흥미로움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 사람의 평전을 보며 중니공과 저자를 함께 주목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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