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처럼 살아야만 행복일까?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돈, 직업, 명예, 사랑 등 수 도 없이 많은 요인에 의해 날마다 그러한 현실에 힘들어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현실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인간으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사회구조적 요인과 그러한 것들을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차이에 따라 강도를 달리하며 힘겨운 현실의 벽을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벽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그나마 숨통을 틔어주는 한 가닥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한 꿈 중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은 아마도 한적한 산자락에 조그마한 삶의 공간을 마련하고 텃밭이라도 일구며 마음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그저 꿈일 수밖에 없어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그 꿈을 실현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로 하여금 배 아프게 담아낸 사람이 있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가 그것이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자발적 가난’이라 부르는 선택을 한 사람들이 지리산과 섬진강 기슭에 둥지를 틀고 사람의 따스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야기의 중심은 당연히 그곳 지리산 기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과 벗하며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눈에 비친 모습도 담겨있다. 공지영 작가가 그들과 소통하며 만들어 내는 공감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이는 한 일간지에 연재되며 많은 사람들을 지리산과 섬진강 기슭으로 불러 모았던 기사를 모아 만든 책이기도 하다.

공지영과 그 벗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로는 좌장격인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과 고알피엠 여사, 최도사가 지리산과 섬진강 기슭을 주름잡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 실상사의 도법, 수경, 연관 스님, 소망카페 주인, 키타리스트 분들과 이들을 찾아오는 수많은 여인들이 다양한 사연으로 만들어 내는 이야기다. 주인 없는 집에 세 들어 살고, 먹을 것 없어도 나눌 정도로 쌓이며, 철따라 화전놀이, 꽃놀이에다 돈 걱정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번지는 웃음을 따라 붙는 애잔함이 있지만 그래도 뿌듯한 사람 향기에 흠뻑 졌어들게 만든다.

작가 공지영은 5 만원이면 1년을 버틸 수 있고 그렇게 1년을 버티면 그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데도 막연한 두려움이 이런 행복한 삶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 기슭에 둥지를 튼 이들은 제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이 살던 도시의 삶을 버리고 온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이곳으로 오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을 것이고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불안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내 쫒아도 ‘도시 사람들’이 기필코 자꾸 찾아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에 이 지리산과 섬진강 기슭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웃음의 비밀이 있지 않나 싶다. 이들의 생활 속에서 본래 사람 사는 것이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당연함을 본다. 하지만 그러한 삶은 도시 생활에서 결코 얻을 수 없는 사람 사는 멋과 맛을 향유하는 지극히 특별한 사람들만의 또 다른 현실인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그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생활방식에서 분명 배워야 할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찾는 행복은 어쩜 거창한 그 무엇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말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그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그렇다면 도시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우리 소시민들은 마냥 그들을 배 아파하며 부러워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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