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문가의 일생 규장각 교양총서 4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 글항아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방외지사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가치를 살피다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말로 ‘가능성의 사회’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근저에 흐르는 의미로는 신분상승이나, 부와 명예, 직업 선택 등에서 이전의 사회보다는 열려진 사회라는 말이 포한될 것이다. 하지만, 삶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람들의 경험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조건과 환경을 인해 그 ‘가능성’은 제약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봉건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조선 전문가의 일생’은 바로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조선 정조임금 때 설치된 규장각을 계승한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기록문화유산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를 일반인과 공유하고자 ‘금요시민강좌’를 개설하고 이 강좌에서 개진된 흥미로운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규장각 교양 총서’의 일환으로 발간한 시리즈 중 하나다.

조선 사회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다. 왕과 사대부 등을 주축으로 한 봉건 신분제를 기반으로 사회전반이 운영되어 왔기에 태어날 때부터 규정된 신분으로 인해 ‘가능성’은 철저하게 부정된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회에서든 예외적인 경우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예외적인 경우는 지배질서 속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고 한 개인의 피나는 노역에 의해 개척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경우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될 것이다. ‘조선 전문가의 일생’에서 이들을 전문가로 부르며 그들의 삶과 당시 사회적 환경에 대해 살피고 있다.

‘조선 전문가의 일생’에서 살피는 직업의 부류는 훈장, 천문관, 의관, 대중스타, 승려, 음악가, 궁녀, 건축가, 화원, 역관, 책쾌와 전기수, 금융업 등 총 열두 가지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다. 다양한 이유로 주류사회를 이끌어가는 양반과 사대부들이 기피했지만 또 반드시 필요했던 일이라는 점이 이들의 존재를 가능케 했던 사회적 요인이었을 것이다. 사람을 가르치고, 집을 짓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외국과의 외교에서 나라를 대신하며 때론 지배층들이 풍류를 누리는데 일조했으며 최고 권력자인 왕의 수발을 드는 등의 전문적인 일을 통해 그들이 맡은 임무를 수행했다. 바로 이들에 의해 삶의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살피고 있는 열두 가지의 직업 중에서 눈에 띄는 것으로는 성리학이 지배하는 학문의 풍토 속에서 교육을 담당했던 훈장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이 비추어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터무니없는 대접을 받아왔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흡사한 경우는 왕의 허락을 얻어야만 할 수 있었던 천문관들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자신보다는 타인의 필요에 의해 그 존재가 부각되는 부분은 아마도 예인들이 아닌가 싶다. 당시 음악을 비롯하여 대중적으로 인정받았던 예인들의 경우를 보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을지 짐작이 간다.

‘조선 전문가의 일생’은 한 시대를 살며 당당하게 자기 몫을 다했지만 올바른 평가를 하지 못하는 그들의 삶을 아쉬운 마음이나 그저 피상적으로만 살피지 않고 있다. 자료에 의거하여 그들이 조선 사회에서 어떠한 위치와 역할을 했는지 자세하게 보여주는 점이 일반인이 알 수 없는 다소 전문적인 자료라는 느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들의 실체를 파악해 간다는 의미에서 가치가 높다는 생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직 그 분야의 연구가 미흡하여 역사의 중심으로서의 진가를 다 알지는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의 삶이 하나둘 모여 조선이라는 사회를 이룬 기반이었으며 역사의 흐름을 형성한 것 또한 분명하게 가치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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