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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 2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명예, 부, 권력’ 등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때 이러한 기준은 정당할까? 사람에 따라 삶의 기준에 따라 다분히 달라질 수 있는 평가가 되겠지만 현대사회의 주류적 분위기는 이러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나 자신과 타인, 이 양자로 좁혀 이러한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어떨까? 양자를 동등하게 놓고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할지 모르겠다.
슈퍼클래스로 불리는 정상에 선 사람들, 그 정상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으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치 앞도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향해 부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결코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혼재하며 도시의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소설 속의 무대일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승자는 혼자다’에서 보여주는 명성을 향해가는 사람들의 부류를 규정하기에 삼각형의 꼭짓점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삼각형을 구성하는 세 꼭짓점 중 하나는 이미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막상 그 자리에 올라 느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고독’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꼭짓점은 정상을 향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열정을 쏟아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슈퍼클래스라 부르는 사람들로 정상에서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지켜가는 사람들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승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의 부류가 있을까? 그 사람이 어디에 존재하든 늘 무엇인가에 부족함을 느끼거나 지켜야할 무엇이 있거나 열정을 다해 질주하며 얻고자 하는 무엇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존재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나를 잃어버리고 찾고 이루고자 하는 것이 과연 인생이라는 긴 과정에서 승자로 자처할 만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저자의 작품에서 공감하였던 것은 자신의 ‘내면의 울림’에 주목하며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작품 역시 현대사회에서 성공의 모습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이 모여든 칸영화제를 무대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가를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차분하며 섬세하게 인간의 욕망이 표출되는 사람들의 모습은 때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정성을 들여 묘사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승자라는 허망한 속성이 아닌가 싶다. ‘순례자’, ‘연금술사’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 역시 한 측면에서 본다면 ‘명성’의 정상에 서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그가 분류한 삼각형 꼭짓점의 어느 부분에 속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 실체가 없는 허망한 무엇을 위해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마치 자신이 이룩한 ‘명예, 부, 권력’이 곧 자기 자신인양하면서 말이다. 자신을 떠난 부인과 그 남편을 죽이고 남아 혼자가 된 사람 ‘이고르’는 승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