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이야기 3 - 남방의 웅략가 초 장왕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3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노가적 군주 - 초나라 장왕
역사의 어느 시기나 혼란스러운 상황은 존재한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은 사람들에게 극심한 갈등을 겪게 하지만 한편으로 이 혼란은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이를 극복하는 지혜를 갖추게 하는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춘추전국시대 형성되었던 제자백가의 사상이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삶의 지평을 넓혀주는 부분에 있어 유효한 것이 바로 그 반증이 아닐까?

중국의 역사 춘추전국시대를 살피는데 있어 반드시 주목하는 것은 영웅들의 이야기다. 이 영웅들이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평정하고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을 살피는 것의 중심에는 영웅 못지않은 책사들의 활동을 살피지 않고서는 그 이야기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늘 영웅과 책사는 한 몸처럼 따라 붙는다. 

이 책의 춘추전국이야기 세 번째 주인공은 초(楚)나라의 장왕(莊王)이 주인공이다. 중원에서 야만으로 업신여김을 당하던 초나라 사랑들이 어떻게 춘추 중기이후 패권을 장악해 가는가를 살피며 그 중심에 초나라의 장왕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살폈던 제나라 환공이나 진나라 문공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서는 초나라 장왕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주나라의 제후국에 만족하지 않고 중원을 향한 패권을 실현해가는 초나라의 관심은 당연 북방의 강한 나라 진(晉)나라였다. 진나라와 동맹을 맺든 전쟁을 벌이는 과정의 목적은 북방의 안정이며 그 진정한 목적은 동쪽으로의 확장에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간에 낀 약소국 정나라의 저울질 외교는 약소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짧은 기간 광활한 지역을 통합하며 춘추시대 당당히 패권을 차지한 초나라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연유할까?

그 힘은 저자는 초 장왕의 특징에서 찾는다. ‘코뿔소 관을 쓰고 화려한 수를 놓은 옷을 입고, 사냥터란 사냥터는 다 돌아다니고, 여자란 여자는 가리지 않는 호색한. 화가 나면 체면도 잊고 맨발로 뛰어나가는 다혈질에, 선봉에서 전차를 몰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열혈남’으로 표현되는 초나라 장왕은 유가적 군주 제나라 환공, 법가적 군주 진나라 문공의 장점을 모아 놓은 군주로 보고 있다. 이 점이 그가 가지는 군주로써의 매력일 것이다.

또한, 초나라 장왕을 ‘노자와 사상적 형제’라고 평가하는 저자의 남다른 시각은 무척 흥미롭다. 패권을 향한 현실정치에서 노자의 사상을 그대로 실천할 수는 없지만 그가 행한 정치는 ‘정점에서 멈출 줄 알고’, ‘군주 역할의 요체인 바름(正)을 알고 실천’을 현실정치에서 실현한 곧 노자의 사상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 점이다. 하여 초나라 왕을 ’도가적 군주’로 평하고 있다.

초나라 장왕이 이러한 정치를 실천하는데 결정적 역할은 바로 순숙오라는 인물에 있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제나라 환공에게는 관중이 있었고, 진나라 문공에게는 호언과 조최가 있어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듯 초나라 장왕에게 대붕의 날개 손숙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웅 곁에 책사의 중요성이 다시금 대두된다. 이들 패자에 오른 군주들 모두는 인재를 알아보고 그 쓰임새를 명확히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치열한 열국의 각축과 흥망성쇠가 판치는 시대였지만 초나라의 장왕이 군주로 있는 시기까지는 그래도 인본주의적인 도의가 존재하던 시기였다. 목숨을 건 적과의 전쟁에서도 그러한 점이 유지되며 나라와 나라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를 가능케 한 것인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는 점이다.

현대 사상의 원류가 춘추전국시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글자 속에 묻힌 역사로 평가하기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역사로 다가오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명확히 알고 미래를 희망으로 맞이하기 위한 과정으로 역사를 살피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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