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왔다 문학들 시선 15
조진태 지음 / 문학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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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오는 희망은 없다
한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사람들이 살아온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역의 정서를 담아내고 세월의 무게를 더하여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 그래서 현실을 살아가는 동안 감내해야하는 마음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안아주는 그런 상징적인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무등산으로 삼고 있다. 하루에 한번 이상은 꼭 눈을 맞춰 인사를 하고서야 하루를 살았다고 하는 사람이지만 오늘 그 무등산이 흰 옷을 입고 있다. 지난 세월을 잠시 덮어두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여유를 갖자는 의미처럼 보인다. 무등산을 덮고 있는 눈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그 눈처럼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온 시간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지며 사라져 갈 것이다.

시인 ‘조진태’는 그 무등산의 마음을 담아내고 싶은 사람인가 보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에 깊숙이 몸담고 있었다는 시인, 노동현장과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살아오는 동안 가슴으로 담아온 사람이라고 한다. 그 경험을 담아낸 첫 시집이후 11년 만에 ‘희망은 왔다’는 두 번째 시집을 발간했다. 시인의 두 번째 시집에는 ‘빨강 카네이션’, ‘옛 친구의 부음’, ‘봄, 화전놀이’, ‘사십대’, ‘무등에서 파도소리를 듣다’ 등 100여 편이 넘는 시들이 담겨있다. 

‘계영배를 떠올린다. 그러할 수 없는 까닭에 꿈꾸나 보다’ 항상 곁에 두고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하는 기구로 사용되었다는 계영배에 대한 이야기로 머리말을 시작하고 있다. 시인이 살아온 삶의 행적이 지난 시간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희망은 왔다’에는 옛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집’, ‘어머니’라는 시어 속에 시인이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 

어쩜 ‘희망은 왔다’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지난 시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역사적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아온 시인이 ‘희망이 왔다’한 선언은 혼란한 현실에 여전히 굴복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속의 한 명이 분명한 자신 대한 속내가 몹시도 궁금하다. 광주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슴이 품고 있는 무등산에 떠오르는 태양이 찬란한 빛을 비춰주듯 시인의 희망은 왔다는 믿음이 공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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