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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원경 지음 / 도반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 만물을 꽃으로만 볼 수 있다면
언젠가부터 인지 모르지만 부럽기만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일상에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사람의 가슴이 부러운 것이다. 바로 시인이라는 사람이다. 그렇기는 하더라도 시인이라고 모두 내게 같은 느낌을 전하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그렇듯이 내 감정과 공감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내 가슴에 머무는 시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같은 시간,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 사람에게서 표현되는 언어는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이 그러한 차이를 나타내게 하는 것일까? 내내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무엇으로 세상을 보는 것일까? 이 의문은 여전히 내게 존재하지만 그 단초를 풀어갈 만한 시를 만나게 되었다. ‘그대, 꽃처럼’이라는 원경 스님의 시집을 통해서 말이다. 한없이 부러운 시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구도자의 길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는 스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수행의 길에 선 구도자의 가슴으로 담아내는 시어를 통해 구도자의 깨달음과 시인의 가슴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 또한 알게 되는 시집이다.
‘그대, 꽃처럼’의 주인은 시인 원경 스님이다. 스님은 승보사찰이라는 송광사에서 출가하고 여러 선원에서 수행했으며 지금은 서울 인근 심곡암의 주지로 재직 중이다. 모든 구도의 길에 서 있는 스님들의 일차적인 목표가 자신이 깨달음을 얻는 것이겠지만 그와 동시적으로 중생들을 품에 안고 함께 그 길을 가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되어지는 것이 심곡암의 산사음악회라고 한다. 대중을 향한 자비심의 발현이리라.
이 시집에는 바로 그러한 스님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는 듯 보인다. 그 마음의 중심에 ‘혼자여서 자유롭고, 함께 있어 충만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시집이기에 40여편이 넘는 시와 더불어 스님의 산문도 들었다. 수행자의 길에서 세상과 만나며 그때그때의 깨달음의 과정을 가슴으로 담아낸 시는 범접하지 못하는 깨달음의 길이 중생들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음도 알 수 있게 한다. 일상의 삶 속에서 올바른 자기 수행의 길을 안내하는 것 같아 오히려 친근감마저 든다. 자연을 벗하고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속에서 수행자와 중생이 하나 되는 삶이 곧 깨달음의 길에 과정일 수 있다고도 보여주는 것이다.
내 안의 사랑을 퍼주기도 전에
떠나가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려 사랑할 일이다.
(떠나간 뒤에)
시집 후반부에 실린 산문은 얼마 전 입적하신 ‘무소유’의 법정스님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취봉(翠峰) 큰스님, 법정스님과 남다른 인연으로 수행자의 한 시절을 보낸 이야기 속에서 원경 스님의 가슴을 열어 보는 듯 한 마음까지 일어난다. 또한 자신이 주석하고 있는 심곡암이 심곡사에서 심곡암으로 된 사연을 이야기 해 준다. 스님의 소박한 마음자리를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