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백가기행 조용헌의 백가기행 1
조용헌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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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내구원家內救援, 내 집에서 실현하자
32평 아파트에 두 명이 산다. 덩그런 거실에 양쪽 벽 가득 책으로 채워졌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책이 주인이며 거의 비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은방 하나에는 역시 책으로 채워져 가고 있는 중이며 그 방 한쪽엔 나무판자 위에 소박한 다기 몇 점이 모여 있고 아직 버리지 못한 욕심으로 자잘한 물건들이 함께하는 곳이다. 사는 공간을 이렇게 만들어가는 이유가 있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도 한 몫 할 테지만 자연과 벗할 수 있는 곳에 조그마한 생활공간을 만들어가고 싶은데 여러 가지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소망하는 것을 그나마 실현하자는 마음이다. 아직 여전히 유효한 바램이기에 언젠가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위안 삼고 있다.

이런 관심으로 관련분야 책을 보면 우선 반갑다. ‘조용헌의 백가기행 百家紀行’도 그렇게 해서 내게 온 책이다. 우선 저자가 발간한 책들 속에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땅히 누려할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이 담겨 있어 자주 접한다. 저자의 주요한 관심이 강호동양학이라고 하는 사주, 풍수, 한의학에 있다는 것도 관심사다. 

이 책의 중심주제는 바로 ‘집’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반듯이 있어야 한다는 의, 식, 주의 바로 그 주에 해당하는 공간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현존하는 유서 깊은 집들에 대한 탐방을 하면서 눈여겨 살핀 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가 풀어가는 방식은 사람과 자연 그리고 그 가운데 집의 서로간의 관계맺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관계맺음의 주제가 ‘위로와 휴식은 집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 있다.’는 의미의 ‘가내구원(家內救援)’이라고 파악된다. 

저자의 이런 시각을 사로잡는 집들로 부산 달맞이고개의 다실, 이기정(二旗亭), 나주 죽설헌(竹雪軒), 담양 무월리 도예가 송일근 씨의 방외한옥(方外韓屋), 경주 교동 최씨 고택, 장성 축령산에 도공이 지은 한 칸 오두막집, 양평 건축가 조병수 씨의 땅 집, 구례 쌍산재(雙山齋), 하동 시인 박남준 씨의 악양산방(岳陽山房), 부산 조효선 씨의 아파트 다실에 저자의 장성 휴휴산방(休休山房)까지 시대와 조건이 각기 다른 집들이 소개되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집에서 일반인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집 그리고 그저 부러운 마음이 드는 집에 내 소망도 이룰 수 있겠다 싶은 만만해 보이는 집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집들이 담겨 있다.

우선 이 책은 눈을 즐겁게 한다. 고풍스런 집에서 현대적인 아파트 그리고 산중 오두막 같은 집들을 담아 놓은 시원스러운 사진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사진을 따라가는 맛에 한번 보고 다시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자의 글을 따라가게 한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두 번 읽게 만드는 책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를 두는 중심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을 잃어버린다면 전도가 뒤바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요사이 집은 사람이 거주하며 그 속에서 위안을 삼는 넉넉한 쉼의 공간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 재산과 신분의 상징이 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위로와 휴식의 공간으로 집에 가지는 의미가 사라지며 현대인들의 눈과 마음이 밖으로 외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집을 ‘가내구원(家內救援)’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삶의 질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외출이 늘어나는 시대다. 외출은 집이나 근무지 따위에서 벗어나 잠시 밖으로 나감을 뜻한다. 그렇기에 온전한 것이 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집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부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우리 생활의 근거가 되는 집의 의미와 가치를 올바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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