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메멘토모리 - 조선이 버린 자들의 죽음을 기억하라
정구선 지음 / 애플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자살을 방조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죽음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이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하는 숙명이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죽음은 늘 삶과 함께 공존하는 것이지만 일상에서는 먼 훗날의 일일 것이라며 애써 모르쇠로 살아가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처럼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생명일지라도 그 목숨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자살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시대와 구체적 상황은 다르지만 조선이라는 사회에서 벌어졌던 죽음을 살펴보며 죽음으로 말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외침을 살펴보는 책이 발간되었다. 저자 정구선의 ‘조선의 메멘토모리 : 조선이 버린 자들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죽음의 한 형태인 자살한 사람들을 ‘왕실을 둘러싼 자살’, ‘정치적 패자들의 자살’, ‘여인들의 자살’, ‘전쟁터에서의 자살’, ‘권력에 저항한 약자들의 자살’ 등으로 구분하여 살피고 있다.

조선시대는 유학의 가르침에 의해 목숨에 대한 소중함은 현대사회보다 더 강조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이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살이 갖는 의미를 인조 대의 문신 ‘홍호’는 인(仁)을 이루고 의(義)를 취하기 위해 자살하는 것, 비분강개하여 자기 몸을 희생하는 것, 형세가 반드시 환난을 면할 수 없음을 알고 자결하는 것이라는 분류를 통해 목숨을 스스로 버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조선사회에서 자살하게 되는 이유로는 당쟁에 의해 정치적인 이유나 봉건 신분사회의 한계로 인한 체제 저항의 수단 또는 자신의 신념이나 절개를 지키기 위한 이유가 대부분이다. 조선시대의 자살은 철저한 신분사회였지만 왕족이든 사대부든 평민이든 노비든 자살의 이유가 다를지라도 신분에 구애됨 없이 전 계층적으로 나타났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을 살피고, 이렇게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시대의 사회 정치적 배경을 알 수 있게 한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죽음의 한 형태로 당시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필 수 있게 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자살을 강요하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죽음을 강요받은 경우가 많이 보인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그렇게 했다면 그나마 이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사회적 분위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조선이라는 당시 사회의 한계점도 분명히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여성에게 죽음을 강요한 조선이라는 사회는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처음 책을 잡을 때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메멘토모리’(memento mori)가 무슨 의미인지 선 듯 다가오지 않는다. 사전을 찾아봐도 ‘죽음의 상징’(죽음을 상기시키는・경고하는 사물이나 상징)으로 나오지만 여전히 막연한 생각으로 유추해석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이나 죽음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삶을 마감했던 사람이나 죽음을 통해 자신의 뜻을 알리고자 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닐 것이다. 이는 비단 지난 역사의 조선시대에만 있는 역사적 사실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자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을 접하게 된다. 순수하게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자살을 방조하거나 강요하는 사회적 모순에 의한 것이라면 분명 동시대인 모두가 함께 해결해 가야할 ‘트라우마’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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