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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수학
야무챠 지음, 김은진 옮김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학문은 재미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아니 수학에 대한 기본적인 공식과도 친하지 않기에 수학은 나와 상당한 거리를 유지했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내 생각이 이런다고 해서 수학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풀어 점수를 높이는 일련의 과정과 친하지 않고 또 친해질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인 말일 것이다. 나의 이러한 경험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수학이라고 하는 학문에 대해 편견을 갖도록 했던 것이 정규교육과정이라며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학문은 재미있다. 그 학문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학문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면 나에게 조선의 역사가 재미있는 분야인 것처럼 그 사람에게 그 학문 분야는 다른 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책 ‘철학 수학’은 수학과 친분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분명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하는 수학에서 350여 년 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를 둘러싼 수학자들의 열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사람들의 열정을 ‘악마의 유혹’이라는 말로 한층 흥미롭게 살을 붙여간다.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를 자신의 노력으로 풀었다는 감동은 스스로 노력한 결과에 대한 자기만족일 테지만 그 선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만드는 경우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긴다는 점이다.
수학을 위미로 즐겼던 소년 ‘페르마’의 장난같은 쪽지 한 장에서 시작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천재적인 수학자들이 35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목숨을 건 노력에도 난공불락의 요새로 남아 있었다. ‘오일러-소피-라메, 코시-쿠머’로 이러진 이 흐름은 1995년 천재적인 수학자 와일즈의 8년에 걸친 노력으로 해결되고 ‘볼프스켈상’을 수상함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350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무수한 수학자들의 꿈과 열정에 좌절이라는 패배감을 안겼던 문제는 그렇게 막을 내린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려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한편의 드라마처럼 구성하고 있다. 꿈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그 열정을 둘러싼 사람들의 오해를 비롯하여 수학자들의 세계를 흥미롭게 이야기를 통해 수학이라는 학문에 매진하는 사람들의 삶을 드려다 볼 수 있으며 수학이 결코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만이 아님을 어필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외에도 n차방정식에 대한 칼럼형식의 글을 함께 실어 5차방정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준다. 이 역시 학문을 탐구하는 학자들의 숨겨진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수학에는 다른 많은 학문분야에서처럼 아직도 증명되지 않은 예상들이 많다고 한다. 그것들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온 열정을 고스란히 바치는 사람들의 노고가 헛되이 사라지지 않길 기원해 본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발간한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기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운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현실에서 누리는 모든 물질문명은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풀리지 않았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듯 역사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의 결과가 모여이룬 총화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