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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정치를 말하다 - 보수와 진보의 뿌리는 무엇인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손대오 옮김 / 김영사 / 2010년 10월
평점 :
진보와 보수주의자들의 세계관을 논하다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하며 의아하게 바라보는 상황들이 있다. 우리의 정치현실의 모습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주먹질에 욕까지 하는 모습은 당리당략을 위해 그렇다고 치더라도 서로가 언제 그렇게 싸웠는지도 모르게 야합하는 모습이나 보수정당이 그들이 보여준 많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민들로부터 다수의 표를 얻는 모습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분면 세계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지라도 시원한 해석은 되지 않는다. 그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다.
조지 레이코프(Grorge Lakoff)는 미국의 언어인지학자로 미국의 대표적인 지성 노엄 촘스키의 제자이라고 한다. 그는 언어의 본질을 해명하려면 반드시 인지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사고를 읽어내는 데 인지언어학을 적용하여 진보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를 제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인지의미론’, ‘몸의 철학’, ‘도덕의 정치’, ‘삶으로서의 은유’,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프레임 전쟁’, ‘도덕, 정치를 말하다’ 등이 있다.
‘도덕, 정치를 말하다’는 바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그 근본 원인을 무엇으로부터 찾아야 하는지를 안내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정치의 첨예한 대립현상은 선거에서 들어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역시 매번 치러지는 선거에서 정당의 이해요구에 의한 정책과 이를 판단하는 국민들의 선택으로 판가름 나지만 그 결과가 꼭 예상하는 바대로 나타나지 않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이 책은 그 이유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는 정치인들이 갖게 되는 세계관의 문제를 기본으로 하여 그들의 정치성향을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고 그 진보와 보수진영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요인으로 도덕성을 꼽는다. 이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세계관에 의한 정체성에 따라 투표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단순한 당파성이 아니라 그들이 자라난 환경의 중심이 되는 가정생활에 기반하며 그로부터 받은 도덕성에 의해 영향 받는다는 것이 주요한 핵심이다.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에서 세밀하면서도 지루할 정도로 개념정리를 시작한다. 진보와 보수가 보여주는 그들의 정치적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표출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도덕 개념 시스템’을 말하고 있다. 그들이 속한 가정이 도덕적으로 엄한 가정인가 아니면 자애로운 가정인가에 의해 진보와 보수가 갈라진다고 진단한다. 또한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세금, 범죄와 사형제도, 규제와 환경, 문화전쟁, 기독교 모델, 낙태, 나라를 사랑하면서 왜 정부는 싫어하는가? 등을 통해 진보와 보수진영이 현실정치에서 그들이 대립하는 정책을 놓고 진보와 보수 각 진영의 대결 모습을 차분하게 살피면서 도덕 프레임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이 진보주의자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진보와 보수정치의 어느 편에서 서술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들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보수진영이 갖는 세계관과 그로부터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정책에 대해 이해했을 때에야 비로소 진보진영의 미래가 있다고도 한다.
도덕성은 진보진영 정치인들의 상징처럼 이야기되기도 했지만 오늘날의 정치현실을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보수진영이 그들의 정체성에 따른 철저한 도덕성에서는 앞서가는 모습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정치 현실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바라볼 때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이다. 진보와 보수의 정책 대결 이전에 갈등과 대립만으로 책임져야할 그들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목소리만 높이는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