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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건지 섬, 그곳에 가고 싶다
문학이 가지는 힘 중 하나는 분명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것이다. 현실이 주는 암울함이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문학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얻는다. 그렇게 따스하고 밝은 이야기를 만났을 때 독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잠시 벗어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미래를 희망으로 가꿔갈 든든한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만날 때 바로 이러한 느낌으로 충만한 기분이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익숙한 언어를 선택해 제목으로 삼지만 이 책은 그러한 법칙을 벗어나 있어 낯설 뿐 아니라 쉽게 다가오지도 못하는 제약이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또 없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전쟁에 대한 칼럼으로 인기 작가가 된 줄리엣은 낯선 사람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자신이 소유하게 된 책에 있는 전 소유자를 찾아 책과 관련된 이야기와 다른 책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편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점령된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건지 섬에서 전쟁 중에서 있었던 한 북클럽에 관한 이야기로 확대되고 그 이야기는 다음에 쓸 책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던 줄리엣에게 흥미 있는 이야기로 다가선다.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독일 점령지에 있었던 사람들의 속내를 줄리엣과 주고받았던 북클럽 회원들 사이의 편지에 고스란히 담긴다. 주고받는 편지 횟수가 늘어나며 점점 더 건지 섬과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줄리엣을 건지 섬으로 가게 만든다.
전쟁, 감자껍질파이 북클럽과 건지 섬 사람들 그리고 점령군인 독일군이 이야기를 형성하는 배경이 되고 있지만 이 모든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다. 북클럽이 만들어지는 직접적인 동기를 만든 엘리자베스가 그다. 전쟁 중인 섬 건지의 모든 것을 보이지 않은 끈으로 이어가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독일 수용소에서 사형당하지만 북클럽 사람들에 의해 그녀와 독일군 사이의 딸이 보살펴 지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클럽 회원들의 편지는 자신의 차지를 호소하는 사무적인 내용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극한 현실을 극복해 가는 사람들의 재기발랄하고 따스한 긍정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또한 우리에게도 익숙한 찰스 램,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 등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등장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전쟁은 파괴와 단절을 의미한다.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고 소통의 단절을 통해 인간성을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그 배경이 섬이라는 점 또한 전쟁과 부합되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그러한 파괴와 단절을 북클럽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에게 내재한 긍정정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도 사람관계를 가르는 벽과 단절을 통해 충분하게 나타내고 있다.
편지로만 구성된 이 소설은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은 끈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책을 통해 문학이 가지는 힘을 간접적으로 전해 준다면 사랑과 우정, 인간성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의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