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꽃 - 엄마에게 담긴 50가지 꽃말
김정란.도종환.이기호.천운영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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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엄마, 나는 무엇으로 담을 수 있을까
바깥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나오는 일이 없다. 집에 꿀단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집에서 할 일이 있어서도 아니지만 마음에 안정을 주는 알지 못하는 묘한 그 무엇이 있다. 하지만 집이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미로 다가서는 것은 아니다. 붙이자면 갖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마다 정당함을 주장할 것이다. 이렇듯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편안함을 주면서 다른 이에게는 뭔지 모를 부담감이 있는 존재가 있다. 나에게는 엄마가 그렇다.

며칠 전에도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내내 무거운 마음이다. 다음에, 다음에 라고 미루다 늘 기회를 놓치고 매번 지청구를 듣고야 마는 이 습관은 무엇일까? 못난 아들의 나약한 마음을 늘 염려하고 아끼는 엄마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피하고 싶고 건들지 않았으면 하는 건드리는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다. 장남으로 한껏 기대했던 자식의 살아가는 모습이 못내 못마땅해 하는 엄마를 떠올릴 때마다 원죄 같이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나만 그럴까?

‘엄마꽃’에 등장하는 50여명의 마음에는 ‘그리움’이라는 애잔함이 스며있다. 시인, 의사, 교사, 소설가, 배우, 평론가 등 하는 일도 성별도 나이도 다 다르지만 엄마를 가슴에 담고 있는 그 마음은 다르지 않다. 이러한 마음은 이미 저세상으로 가신 분이나 현재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분들이나 마찬가지다. 누구하나 덜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들 모두에게 엄마와 좋은 기억만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결같은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있는 것이다.

생활을 꾸려가는 억척스러움, 자식을 향한 무한정의 믿음과 헌신, 치사랑은 없다고 했던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주고도 모자라 마음 졸이시는 엄마는 자식에게 늘 후회와 애절한 마음으로 남아 있다. 누군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는 있지만 몸이, 생활이 때론 자식 등에 우선순위를 빼앗기며 엄마는 이해해주리라 하며 늘 그 때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식물에서 꽃은 절정을 말한다. 가장 아름다운 절정의 상태가 활짝 핀 꽃인 것이다. 하지만 그 꽃을 피우기 위해 감내해왔던 지난한 과정이 없었다면 그렇게 활짝 피우지 못했으리라. 매화, 수선화, 개나리, 물망초, 라일락, 자운영, 황새냉이, 찔레꽃 각기 모양과 향기, 담고 있는 꽃말은 달라도 자신의 절정에 있는 꽃을 엄마로 표현하는 것은 자식을 꽃으로 피우기 위해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열정이 있었고 매 순간 엄마는 꽃이었다는 것의 다름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많은 명사들의 엄마에 대한 마음을 꽃으로 담아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언제라도 돌아가 안길 고향 같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마력을 발휘하고 있다.

엄마는 내게 신앙이다. 신 앞에 언제나 부족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지난 후에야 후회하게 된다. 이 마음의 부담이라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머리에 머무는 때를 놓치지 않고 전화라도 드려야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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