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천축국전 - 혜초, 천축 다섯 나라를 순례하다
혜초 지음, 지안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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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떠나는 인도여행
이름이 너무 익숙해서 마치 잘 알고 있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워 기억되고 살아오며 많은 사람들에게 들어서 익숙하기에 잘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 본래의 내용에 접근하지 못하고 마는 것들이 그것이다. 그중에는 아마도 유명한 고전 문학작품이나 역사서 등 책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요사이 문학 작품을 읽어가며 새삼스럽게 놀라게 되는 것이 바로 익숙하지만 실은 그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책 중에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도 포함된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 땅에서 태어나 자신이 믿는 종교의 깨달음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고 그곳에서 접한 밀교를 공부하다 스승의 권유에 의해 인도까지 다녀온 혜초 스님의 구법 여행기라고 한다. 지금 전해지는 원래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은 원래 상, 중, 하의 3권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을 전체 내용을 축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200여 년 전의 이야기라고 하니 까마득한 시간이지만 혜초 스님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오늘날 사람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숙연함 마저 든다. 또한 이 왕오천축국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던 일화 또한 심상치 않음이 있어 보인다. 중국 돈황 석굴에 묻혀 있다가 20세기 초 제국주의의 문화적 약탈과정에서 폴 펠리오에 의해 프랑스까지 가게 된 것이다. 이후 일본 사람에 의해 신라인 혜초 스님의 오천축국 구법 여행기임이 밝혀졌다.

‘왕오천축국전’에는 4년여에 걸친 혜초 스님의 여정은 오늘날의 눈으로 봐서도 만만치 않은 길이었음을 알게 한다. 8세기 무렵의 인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아랍 등 아시아 대륙을 바닷길과 육로를 통해 여행하면서 직접 방문했던 나라나 전해들은 나라들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비롯하여 종교적 특성, 사회풍속, 나라의 크기나 주요 생산되는 품목, 옷 입는 모습 등을 짧은 글을 통해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이를 기록한 혜초가 스님이라는 구법자였기 때문인지 기록에는 주로 그 나라들의 불교수용여부와 국왕과 관리들의 불교에 대한 태도 그리고 이미 폐허가된 사찰의 모습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먼 나라 이질적인 문화를 바라보는 혜초 스님의 시각을 통해 전해지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생각만큼 낯설지는 만은 않다. 또한 구법자라고는 하지만 먼 여행길에서 느끼는 여행자의 감회가 나타나는 시구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까지 전해진다.

이 책에는 역자의 해설이 돋보인다. 원문을 해설하는 것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주석을 달아 잘 알 수 없는 불교의 교리적 측면이나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왕오천축국전의 원본과 이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일체경음의를 부록으로 실어놓아 그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왕오천축국전을 읽어가며 기록문화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새삼스럽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기록물이 없었다면 소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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