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21
가라타니 고진 지음, 송태욱 옮김 / 사회평론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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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되돌아보기와 국제 윤리의 출발점은?
현대사회를 바로보기 위해선 현대사회를 있게 한 지난 사회를 올바로 바라보고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재가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현실에서는 당위론에 그칠 수밖에 없음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굳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 많다는 것이리라. 특히 지난 20세기 인류사에 큼직한 획을 그었던 제국주의와 식민지, 전쟁 등을 비롯한 국가 간의 분쟁이 지금까지 현대 국제 질서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이러한 국가 간의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질서에서의 윤리문제는 여전히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국가 간의 이해요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전쟁에 대한 후속대책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일본의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윤리21’의 저자 가라타니 고진이다. ‘일본정신의 기원’, ‘역사의 반복’ 등의 저서로 이미 국내에서도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저자의 가장 큰 특징이 서구인이 아닌 사람으로 근, 현대사상을 논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윤리21’은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말하고 있다. 특히 저자의 논점의 핵심은 칸트의 사상을 바탕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칸트의 사상을 굳이 밝히는 것은 저자 자신의 사상이 칸트로부터 영향 받아 전개되었다는 점 또한 당당하게 언급한다. 저자는 전쟁의 책임에 대한 네 가지 구별에서 ‘형사상의 죄’, ‘정치상의 죄’, ‘도덕상의 죄’, ‘형이상학상의 죄’라고 구분했던 야스퍼스의 이론을 가져와 전쟁의 처리문제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적 법정(국제군사재판소)에서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의 경우를 비교하며 독일과 일본의 다른 점을 밝힌다. 일본의 경우 천황의 존재와 그의 전쟁 책임에 대한 과정이 이후 일본인 전체의 책임론으로 변해오고 그 결과 지금까지 미해결로 남아 있는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는 미국의 전쟁 그리고 전후 처리과정에 대한 힘의 지배를 간과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저자의 이후 국제 윤리가 통용되는 사회를 제시하며 미국의 분명한 책임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 종교와 인종간의 갈등, 빈부의 격차, 환경파괴 등 20세기에 벌어졌던 문제가 여전히 21세기에도 주요한 현안이다. 현상적인 모습의 변화나 정도의 차이가 있음에도 그 영향으로 세계무역센터 테러와 아프카니스탄 전쟁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간의 윤리성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미래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삼는 것이 윤리가 통하는 사회의 도래를 말하고 있다. ‘역사 되돌리기’가 바로 그것의 출발이며 이것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지, 국제테러에서 미국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영토보다는 경제공동체의 의미가 강화되며 국경은 있으나 일류공동체를 지향하는 현시대에 지난 세기 문제를 해결하고 다가오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적극적 방안 모색이라는 차원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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